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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한편’과 ‘다만’이 갖는 경제적 편리성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벤은) 경제학자 아니랄까 봐 입만 열면‘ 한편, 다른 한편’이라 한다”고 했다. 천하의 버냉키라고 한들 거대한 양적완화의 물꼬를 언제 조절하고 언제 틀어막을지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이나 ‘다만’이란 용어는 참 편리(?)하다. 특히 분석과 전망을 업(業)으로 하는 이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용어가 아닌가 싶다.

어떤 일에 대해 앞에서 말한 측면과 다른 측면을 말할 때 쓰는 ‘한편’과, 앞의 말을 받아 예외적인 사항이나 조건을 덧붙일 때 그 말머리에 쓰는 ‘다만’은 아마 경제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일 것이다. 예컨대 이런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저런 면도 있다든가, 어떤 사안에 대해 잘 설명하다가도 막판에 다만 이런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식이다.

오죽하면 ‘외팔이 경제학자’란 말이 나올 정도겠는가.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은 “경제학자는 늘 ‘한편으로는 이렇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다’고 한다. 차라리 외팔이 경제학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꼭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거나 변명을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경제의 주어진 모호한 상황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유지키로 한 이번 조치와 관련해서도 재밌는 반응이 나온다.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 유지를 결정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양치기 소년이라며 비판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양적완화 유지 결정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월가 전문가들이 양치기로 손가락질 받기도 한다.

외팔이란 말은 버냉키 의장도 들었다. 그를 의장으로 발탁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벤은) 경제학자 아니랄까 봐 입만 열면 ‘한편, 다른 한편’이라 한다”고 했다. 천하의 버냉키라고 한들 거대한 양적완화의 물꼬를 언제 조절하고 언제 틀어막을지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고용시장 상황을 봐가며 채권매입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인데, 미국의 고용상황 자체가 호전되고 있는지도 제대로 된 판단이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런 버냉키에 대한 시장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매우 호의적이라는 점이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들 사이에서 잇따라 ‘벤 비어천가’가 흘러나오고 “버냉키 퇴임 슬프다”(칼 아이칸), “유임시켜야 한다”(워런 버핏)는 등의 우리로서는 상당히 낯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역대 한국은행 총재 가운데 연임시켜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시장에서도 요즘 ‘양치기’ 리서치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최근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보인 기록적인 순매수 행진을 예측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순매수로 외국인은 한국 시장을 8조원 넘게 사들였고 어어~ 하는 사이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넘어섰다. 그제야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펀드를 환매하기에 바쁜 개인에게 시장의 발목을 잡는다며 눈총을 보내기까지 한다.

세계 금융시장은 급변하게 마련이다. 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전문가도 거의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 최적의 판단을 내려야 할지 통찰력을 키우는 일만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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