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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이버가 쇼라고?’ 女골프 장타자 전성시대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 골프계에서 가장 유명한 격언이다. 아무리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려도 정교한 퍼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무대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270야드를 때리는 파워히터들이 필드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버는 돈이다.’ 바야흐로 장타자 전성시대가 개막됐다.

올시즌 KLPGA 투어 드라이버 평균비거리 ‘톱5’에 이름을 올린 장타여왕들이 최근 3주간 열린 대회 우승컵을 차례로 들어 올리면서 장타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올해 드라이버 평균비거리 1위(269.26야드)의 장하나(21·KT)가 지난 6일 막을 내린 러시앤캐시 행복나눔 클래식에서 우승해 시즌 2승째를 챙겼다. 드라이버 평균비거리 5위(263.72야드)의 배희경(21·호반건설)은 그 전 주에 벌어진 KDB대우증권클래식 챔피언에 올랐고, 평균비거리 2위(268.30야드)이자 상금랭킹 1위 김세영(20·미래에셋)은 2주 전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시즌 3승으로 다승 1위에 등극했다. 평균비거리 톱10에 오른 양수진(22·정관장)과 이미림(23·우리투자증권) 역시 올시즌 한 차례씩 우승을 경험했다. 대상과 신인왕 포인트, 평균타수 1위를 질주 중인 ‘슈퍼루키’ 김효주(18·롯데)도 평균비거리 259.91야드(13위)를 날리는 장타자다.

장하나 김세영 배희경 김효주…. 여자 프로골프를 대표하는 장타 여왕들이 올시즌 KLPGA 투어 우승컵을 나눠가지면서 화끈한 장타 전성시대를 열어 골프팬들의 흥미를 더욱 끌고 있다.

올시즌 유독 장타자들이 우승컵을 나눠 갖거나 우승권에 근접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부쩍 길어진 코스 전장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국내서 열린 KLPGA 투어 15개 대회 코스의 평균 전장은 6505.8야드. 가장 길었던 KLPGA선수권의 아일랜드골프장(6691야드)을 포함해 전체 대회의 절반인 7개 코스가 6500야드를 넘어섰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여자 대회에서 6500야드를 넘는 코스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실력과 장비가 향상되면서 스코어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각 골프장들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갈수록 길고 까다롭게 코스를 조성하고 있다. 이련 변화는 장타자들에게 더없이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덕호 SBS골프 해설위원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평균 전장이 6300야드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6700야드 가까운 코스도 나오는 등 평균 6500야드를 넘었다. 200야드 이상 길어진 셈이다”며 “여기에다 각 골프장들이 그린을 더욱 빠르고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때문에 롱아이언 대신 숏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장타자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비단 국내 여자골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프로골프(PGA)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도 갈수록 전장이 길게 조성되면서 장타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올시즌 PGA 첫 승을 올리고 귀국한 배상문(27·캘러웨이)은 “국내에선 나도 장타자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PGA 투어에선 명함도 못내민다. 장타가 없으면 절대로 스코어를 줄일 수가 없고 우승은 꿈도 꾸기 힘들다”며 “당분간 국내에 머물면서 거리를 늘리기 위한 웨이트훈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덕호 해설위원은 “장타자의 득세는 세계적인 추세다. 대표적인 단타자 코리 페빈(미국)처럼 240야드의 짧은 드라이버샷으로 기교있게 플레이해 우승하는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 장타 없이는 코스를 공략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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