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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인가

집권여당과 제1야당 간 이전투구가 행정부와 입법부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이고 입법이고,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선거구의 광역화, 중대선거구제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내년 지방선거의 공약으로 내세워도 좋다.


동서고금 최고의 연애비극,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 아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로미오는 독배를 마시고, 줄리엣은 단검으로 가슴을 찌른다. 몬터규 가문과 캐플렛 가문은 이들의 죽음으로 계기로 반목과 질시를 떨어내고 화해한다. 비극은 희극이 된다. 죽음은 용서와 화해, 새로운 시작이 되곤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참 뜬금없는 얘기를 꺼냈다.

정치에서의 죽음은 선거 패배와 낙선이다.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승패, 정치적 생사(生死)를 치열하게 겪을 만큼 겪었으면, 정치도 반성과 변화가 있어야 했다. 초음속으로 달성했다고 입이 닳도록 자랑하는 산업화와 민주화, 과연 그럴까. 산업화의 속도만큼 양극화는 진행됐고, 정치의 고비용ㆍ저효율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나라인가. 이런 회의감이 든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 간 이전투구가 행정부와 입법부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이고 입법이고, 되는 게 하나도 없다. 3김(金)시대 1인 보스정치의 종식 이후, 갈등과 대립과 반목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정부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심화하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의 위기는 지구촌 현상이다.

국민통합, 정책개발과 집행, 집합적 의사결정, 정치 리더십의 필수적 기능들이 하나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정치권의 꼬락서니를 언제까지 참아줘야 하나. 취재를 그만두고 싶은 만큼 정치의 무용, 무능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작금의 정치지형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여당 새누리당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민주당도 만년 야당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도다.

정당을 바꾸고, 정당 개혁을 강제할 수 있도록 선거구제를 바꾸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당론을 폐지하고, 의원총회를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식물국회를 만들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의 개혁안이다. 공허한 메아리다. 선거구제 개혁을 제안했어야 했다.

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는 이념 지역 계층 세대 간의 극심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는 승자독식의 선거구제다. 새누리당이 영남권에, 민주당이 호남권에 쇠말뚝을 박아놓고 지역할거를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가해준 게 소선거구제다. 21세기 최대 유행어는 ‘다양성’인데 유권자의 선택은 양자택일뿐이다. 그렇게 탄생한 정당에 타협과 소통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정당이 60% 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것도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스럽지 않다. 결국 제3의 의미있는 정당이 나와야 한다. 양극단의 거대 정당 중간에서 크로스보팅, 정책연대를 해야만 지긋지긋한 비효용의 평행선을 무너뜨릴 수가 있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함량미달로 잠복해 있지만, 안철수현상으로 대표되는 새 정치에 대한 바람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론조사 때마다 부동층은 유권자의 절반쯤 된다. 새 정치를 수렴한 정당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구의 광역화, 중대선거구제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내년 지방선거의 공약으로 내세워도 좋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죽었다.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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