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선 피아니스트는 “작년 독주 때 드뷔시의 ‘월광’을 연주했는데, 드뷔시가 영감받은 시(베를랭의 동명 시)를 낭송했다. 열심히 연주했더니 시 낭송이 더 좋았다는 사람도 있더라”며 농담을 하면서 “이번에도 시 낭송을 곁들인다. 와서 들어보시라”고 말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백혜선이 해마다 뉴욕에서 여는 독주회는 “낭만음악의 탁월한 해석자” “사색하는 연주자”라는 찬사를 끌어내곤 한다. 지난해 링컨센터 독주회는 매진이었다.
백혜선(피아니스트/대구가톨릭대학교석좌교수) 매년 1월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백혜선은 “지방의 청중 수준이 어느 때는 서울보다 높다. 울산에서 연주할 때는 사람이 없나 할 정도로 기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다”고 했다. |
이번 공연은 변주곡을 주제로, 하이든의 ‘변주곡 F단조 작품 17-6’, 베토벤의 ‘에로이카 변주곡’, 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리스트의 ‘베네치아와 나폴리’ 등이 선곡됐다.
백혜선은 “‘에로이카 변주곡’은 베토벤이 좋아했던 주제 중 하나다. 유머러스하고 활기차고, 음악의 승리를 느낄 수 있는 대작이다. 베토벤 곡은 피아노 독주라 해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처럼 중심을 잡고 도전적으로 연주해야한다.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우수적이고, 가슴을 울리는,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곡이다. ‘베네치아와 나폴리’는 눈 앞에 자연이 펼쳐지듯 활발한 곡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CD, 컴퓨터에서 모든 정보가 주어지는 시대지만, 음악회장은 혼자 음악에 심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여유와 시간이 현대인에게 필요하다. 이번 리사이틀에선 여러 생각과 명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년 1월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백혜선은 “지방의 청중 수준이 어느 때는 서울보다 높다. 울산에서 연주할 때는 사람이 없나 할 정도로 기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다”고 했다.
클리브랜드음악협회에서 피아노를 배운 러시아의 신성 다닐 트리포노프에 대한 일화도 들려줬다. 그는 “처음에는 내 귀가 잘못됐나 싶어서, 뉴욕에서 트리포노프의 공연을 다 쫓아갔다. 갓 스물을 넘었는데도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작곡가의 의도대로 연주하면서도 연주가 끝나면 그만의 스타일이 있었다. ‘그래! 연주는 저렇게 해야돼’라고 느꼈다”라고 극찬했다.
백혜선 독주회는 26일 오산문화예술회관, 29일 예술의전당, 31일 부산문화회관 등으로 이어진다. (02)737-0708.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