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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굿바이 박지은…여유로운 웃음 · 우아한 매너 그리울거야
지난주 열린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은 미국 LPGA에서 활약했던 박지은(34)의 마지막 은퇴 무대였다. 대회 마지막 라운드 18번 홀에서 우승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박지은은 9번홀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 팬들과 함께 행복하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잔잔한 아름다움이 있는, 여운이 남는 작별이었다.

박지은은 LPGA 투어에서 통산 6승을 거둔 선수다. 박세리(36·KBD금융), 김미현, 한희원(35)과 함께 LPGA 투어 1세대로 손꼽히며 많은 후배 선수의 롤모델이 되어 왔다. 단순히 그의 실력과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박지은의 은퇴를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 박세리는 박지은의 한결 같은 밝은 표정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박지은은 특별히 주니어 선수들에게도 항상 친절함과 웃음을 잃지 않았다. 골프 선수로서의 삶은 사실 좋을 때보다 어렵고 힘든 때가 많은데 그럴 때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동료 선수들을 격려하고 함께 웃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래서 박세리는 박지은을 보면 같이 웃게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 말은 선수로서가 아니라 한 인격체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제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은 날이면 기분 나쁘다는 티를 한껏 내며 인상을 쓰는 선수들을 보면 별로 보기가 좋지 않다. 자신의 미성숙함을 오히려 더 드러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박지은과 함께 미국에서 경기를 해온 크리스티 커(미국)는 박지은을 “우아함을 지닌 선수”라고 평가했다. 언제나 프로페셔널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크리스티 커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언제나 박지은보다 더 예쁘게 옷을 입고, 메이크업을 하고 우아함을 추구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골프는 상류층의 스포츠로 매너와 품격을 추구해 온 운동이다. 박지은은 그러한 골프의 가치에 걸맞은 선수다. 골프와 어울리는 기품 있는 자세와 겸손한 인격을 가진 선수가 더 절실한 요즘이라 박지은의 여유 있는 웃음이 더 그리워질 것 같다.

최근 경쟁이 심화되면서 선수들과 선수 부모들은 성적과 승부에만 연연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수이기 때문에 최상의 퍼포먼스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배려와 패배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높일 줄 아는 겸손함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은 우아함으로 나타나게 된다.

박지은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한 사람으로서 박지은의 공격적인 플레이와 어려운 상황에서 버디를 잡아내는 멋진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어 아쉽다. 현역 시절에 그러했듯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수로,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 는 또 다른 ‘프로’라는 이름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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