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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삼성 SSAT, 현대차 HMAT… 입사시험문제를 보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보인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취미가 뭐예요?”, “좋아하는 영화가 뭐예요?”, “평소에는 뭘 자주 하나요?”

소개팅 첫 만남 자리에서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언뜻 보면 별생각 없이도 대답할 수 있는 흔한 질문이지만, 사실 이 짧은 문장 안에는 모든 것이 응축돼있다.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이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를 묻는 일종의 ‘탐색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질문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일은 요원하다. 본인이 관심이 없는 이야기를 물어보는 사람은 없다. 상대방이 마음에 든다면 짧은 질문에 담긴 그의 관심사와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기업의 입사시험도 마찬가지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짧은 시간 동안 연속으로 진행되는 기업 공채시험을 앞두고 대다수의 수험생은 이른바 ‘벼락치기’에 돌입한다. 일단 서류만 통과하면 다음에 이어지는 ‘직무적성검사’는 무작정 암기하는 것만으로도 돌파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의 의미와 그를 통해 기업이 알고자 하는 것들을 모른다면 백전백패다.

올해 삼성그룹의 직무적성검사인 SSAT(SAMSUNG Attitude Test)에서 시선을 끈 문제는 바로 “갤럭시 기어, 구글 글래스, 소니 스마트 워치, 갤럭시 탭 중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가 아닌 것을 고르라”는 것. 직무적성 분야에 출제된 이 문제는 자신이 몸담고자 하는 모기업에 평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였다.

평소 꾸준히 신문을 읽어야만 알 수 있는 상식이 많이 출제된 것도 중요 포인트이다.

SSAT에는 “여러 나라와 각각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 각국의 복잡한 규정 때문에 오히려 거래비용이 증가하는데 이런 현상을 연상시키는 음식”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 SSAT가 치러지기 전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동반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통합을 심화해야 하지만, 스파게티 볼 효과는 피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알고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던 문제였다.

이 외에도 올해 SSAT에는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유희열과 짝을 맺게 된 유재석이 BPM(Bit Per Minute)에 대해 말하는 사진을 제시하고 “BPM에 관한 설명 중 옳지 않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즉 ▷언어 ▷수리 ▷추리 ▷직무상식 등 4가지 과목으로 구성된 SSAT에서 언어, 수리영역이 기본적인 지적능력을 평가한다면, 추리와 직무상식은 꾸준히 노력해야만 알 수 있는 상식과 사고력, 세상의 흐름을 향한 더듬이, 회사에 대한 애정을 평가하는 과목인 셈이다.

한 취업 전문가는 “삼성그룹의 인재상은 ‘몰입, 창조, 소통의 가치 창조인’이다.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폭넓은 경험과 학습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발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삼성그룹의 화두가 ‘창조경영’인만큼 종합적인 지식과 사고력을 갖춘 사람이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전사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역사적 소양’을 올해 처음 시행된 HMAT(Hyundai Motor group Aptitude Test)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지난 6일 치러진 대졸 신입사원 공채시험에 “고려ㆍ조선시대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과 그의 업적을 설명하고 이유를 쓰시오”와 “세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꼽고 만일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그 결정이 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지 서술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된 것이다. 응시자들은 둘 중 하나의 주제를 선택해 30분 동안 1000자의 에세이를 써야 했다.

지난 3월부터 사내에 역사강좌를 개설, 본사 임직원들이 수강토록 한 흐름이 신입사원 선발에도 연결된 것이다.

현대차는 글로벌기업이 된 만큼 해외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현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기업은행의 신입 공채시험에는 “경제 민주화와 경기 활성화 중 어떤 것이 현재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본인의 의견을 쓰시오”라는 문제가, 한국투자증권의 인ㆍ적성 시험에는 “양적완화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된 문제가 출제돼, 평소 독서와 신문탐독을 통해 주요 사회현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등 꾸준한 준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SSAT 교재 시리즈를 약 10년간 출간해 온 신정민 한국고시회 선임연구원은 “삼성이 주력하고 있는 가전제품과 관련된 문제는 시험마다 항상 나오고 있으므로 반드시 공부해둘 필요가 있으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경제, 정치, 문화적 키워드를 종합적으로 고찰해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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