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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美, 남의 나라 환율정책 간여할 입장인가
환율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간 신경전이 날카롭다.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환율정책에 강도 높은 불만을 표시한 게 그 발단이다. 보고서는 원화 가치가 2%에서 많게는 8%까지 저평가됐으며, 당국의 시장 개입은 예외적인 조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 연장 선상에서 외환 보유고가 너무 많고 경상수지 흑자 폭도 줄여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물론 정부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길을 갈 것”이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양국 간 시각 차가 확연해 이러다 환율전쟁으로 번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을 방문 중인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글로벌 환율전쟁’을 경고하고 나섰다. 의연하게 대처하되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할 상황이다.

그동안 미국은 우리 정부에 대해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내용을 공개하라고 줄곧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그 느낌이 다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앞두고 경상수지 흑자가 많은 국가에 대한 사전 단속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보고서는 일본과 중국에도 비슷한 지적을 했으며, 독일에는 내수 중심정책으로 경상 흑자를 줄이라는 노골적인 압박을 가했다. 통화 가치를 낮춰 수출을 늘리는 정책에 대한 견제인 셈이다.

물론 미국의 간접적인 압박은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더욱이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로선 누가 뭐라해도 금융시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이중 삼중으로 단단히 대비하는 게 먼저다. 당국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환율의 일방적 쏠림이 없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지난달 24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연중최저치까지 떨어지자 이례적으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함께 시장에 개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 않아도 원화 값이 연초보다 14% 이상 올라 수출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판에 원화 가치가 미국의 압력으로 더 빠르게 상승한다면 우리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게 되고 다른 신흥국처럼 자본 유출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쳐선 안 되는 이유다. 지구촌이 환율앓이를 하고 있는 것은 따지고 보면 그 원인은 미국에 있다. 경기부양을 한다며 달러를 마구 찍어낸 탓이 아닌가. 제 발등의 불이나 끌 일이지 남의 나라 환율정책에 이러쿵저러쿵 할 계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의연하게 우리 길을 가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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