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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10년만에 ‘카르멘’ 주역 바다-연출 김동연, “집시 여인 느낌 아니까~”
“이 작품은 모든 여성의 호기심, 소망이 담겼죠. 환상 속의 언더웨어라고 할까요?”(배우 바다)

“체코 원작은 마치 좋은 원석을 캔 기분이었요. 한국 버전에선 마술이 더 많아지고, 좀 더 세련되어질거에요.”(연출가 김동연)

뮤지컬 ‘카르멘’이 다음달 6일 한국에서 초연한다.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가 1845년에 발간한 동명 원작 소설은 다양한 예술 장르로 변주됐는데, 비제가 1875년 만든 오페라가 가장 유명하다. 국내에선 올 가을에 국립발레단의 발레 ‘카르멘’과 경기도 고양시 고양문화재단의 자체제작 오페라 ‘카르멘’(11월28일~12월1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가 잇따라 무대에 오르는 등 카르멘의 인기는 올해 유난하다. 사랑과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는 당당하고 주체적인 성격이 현대인이 추구하는 이상적 여성상에 가깝기 때문일 터다.

바다 카르멘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뮤지컬 ‘카르멘’은 브로드웨이 흥행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의 작곡, 잭 머피 작사의 노래에 마술, 곡예, 서커스 등 화려한 퍼포먼스가 결합된 작품으로 체코에서 먼저 선보였다. 자유로운 영혼 카르멘과 그에게 빠져 운명을 건 호세, 카르멘을 구속하려드는 가르시아, 약혼자 호세를 지키려는 카타리나 등 네 남녀의 비극적 사랑이 원작의 줄거리인데, 뮤지컬은 원작에 없는 환생 개념을 넣어 비극적 결말을 살짝 바꿨다. 정열적 여성의 표징 카르멘은 호세의 칼에 맞아 죽지만, 현대에 와서 환생한다.

뮤지컬의 연출을 맡은 김동연(38)과 주역 배우 바다(최성희ㆍ33)를 지난 4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났다. 바다는 이 배역에서 어떤 운명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우연찮게 두 사람은 나란히 올해 공연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김동연은 2003년 연극 ‘환상동화’의 극작과 연출을 맡으며 연출가로서 첫발을 내디뎠고, 걸그룹 SES 출신 바다는 2003년 뮤지컬 ‘페퍼민트’가 첫 뮤지컬 데뷔작이다. 둘은 또 2009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연출가와 ‘에스메랄다’ 역할 배우로서도 만났다. 바다는 ‘에스메랄다’에 이어 집시 여인만 두번째다.

“에스메랄다와 카르멘은 상반된 극과의 극의 측면이 있어요. 당당하면서도 연약하기만 한 여성성의 양면이랄까요. 16살의 에스메랄다는 처녀성을 갖고 죽잖아요. 제가 에스메랄다를 하면서 그랬거든요. ‘다음 작품에선 카르멘으로 환생해서 이 한을 풀어야겠다’하고요. 에스메랄다가 받은 상처를 카르멘을 통해서 한풀이해야죠.”

에스메랄다가 종치기 곱추, 주교, 근위대장 등 세남자의 연정과 욕정의 대상으로서, 마녀 사냥이 횡행한 중세 시대의 희생양이라면, 19세기 인물 카르멘은 정열적이면서 남자에게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바다는 15년전 고등학교(안양예고) 졸업작품에서도 집시 역할을 맡았다. “브레히트 서사극 속의 집시였는데, 가명이 ‘카르멘’이었어요. 당시 연극배우가 꿈이어서 주연이 아닌게 서운했어요. 그 때 선생님이 ‘이미지 캐스팅이다. 넌 나중에 이 역할을 100% 하게 될 것이다’며 절 달랬어요. 스페인 책 파면서 밤새며 캐릭터 분석했는데 지금 정말 도움이 되요.”

김 연출은 “‘노트르 담 드 파리’에서 처음 바다를 만났는데, 그때만 해도 연예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집시 역할이 너무 잘 어울렸다. 한국 여자들 중에 집시 분위기를 찾기 어려운데, 카르멘 역을 누가 했으면 좋겠냐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바다였다”고 말을 보탰다.

와일드 혼의 곡은 ‘지킬 앤 하이드’ 등 전작들에서의 웅장함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동유럽적 색깔을 입어 애조를 띤다. 바다는 “비제의 오페라 아리아는 없지만, 들어보니 그 보다 더 좋은 곡들이었다.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작품이구나 느꼈다”고 했다.

환생을 의미하는 원형 무대와 6개의 3면 기둥이 시시각각 회전하며 다양한 배경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2막 오프닝 서커스단의 장면이 가장 유명하다. 이 장면의 화룡점정은 스타 마술사 이은결이 감독을 맡은 마술 쇼다.


배우들은 노래, 연기 뿐 아니라 스페인 전통 춤 플라멩고 등 다양한 안무를 소화한다. 발을 구르고 캐스터네츠를 두드리고, 부채와 전통 숄을 활용한 안무를 선뵌다. 김 연출은 “뮤지컬 적인 안무도 있지만 살사 스텝도 있고, 칸테(안달루시아 민요)의 복잡한 박자도 있어서 배우들이 보통 뮤지컬보다 몇배 더 힘들어한다”고 연습실 분위기를 전했다.

바다 역시 출연 중인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이 끝나면 밤 늦게 까지 스페인 전통 춤 플라멩고를 연습하는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평소 에너지를 받아보고 싶어하던 배우들과 함께 해요. 느낌이 좋아요. 뮤지컬 10년 해오면서 이런 말 잘 안했는데, 감히 흥행 될 거라고 자신해요.”

바다 외에 차지연이 카르멘을 맡았고, 호세 역에 류정한, 신성록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12월6일부터 내년2월2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02)2005-0114.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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