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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권혁세> GDP에서 국민행복 중심으로 바꿔라
기본 욕구가 충족된 국가들
GDP와 개인행복 비례하지 않아
한국, 양극화로 사회갈등 심화
양보다 질적인 성장에 집중을


필자가 오래전에 인상 깊게 본 청소년영화 가운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게 있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고뇌와 아픔을 그린 영화다.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이 반드시 국민행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그동안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경제ㆍ사회 발전의 척도로 삼아 운용해온 성장지향적인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GDP의 한계를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한 경제학자로 꼽히는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에 따르면 동일 국가에서는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어느 정도 기본 욕구가 충족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비교에서는 개인의 행복 수준은 1인당 국민소득 수준에 비례하지 않는다.

GDP의 문제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다. 위기 이전인 2005~2007년 미국의 GDP로만 본다면 금융회사들의 호황으로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위기 이후 다시 계산해본 결과, 금융권에서 발생한 총이윤은 사실상 제로, 즉 허구에 지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 문제도 GDP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회 발전을 보다 현실성 있게 반영하는 새로운 지표 개발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한 나라가 프랑스다. 2008년 2월 사르코지 대통령은 스티글리츠위원회를 구성해 삶의 질을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했다. 이 지표는 보건, 교육, 개인 활동, 정치 및 지배구조, 사회적 관계, 환경 조건, 개인적 안전, 경제적 안전 등 8가지로 구성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스티글리츠위원회의 보고서는 전 세계에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양적 성장지표인 GDP보다 삶의 질, 행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지표가 여러 기관에서 발표되고 있다. 2013년 7월 유엔개발계획(UNDP)은 전 세계 156개국을 대상으로 국민행복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은 10점 만점에 6.27점으로 세계 평균(5.158)보다는 다소 높지만 1인당 GDP 순위인 34위보다 낮은 41위에 머물렀다. 상위 1~5위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 복지가 발달된 북유럽국가들이 차지했다.

경제력과 전혀 상반된 결과가 발표된 경우도 있다.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삶의 만족도, 평균수명, 생존에 필요한 면적, 에너지소비량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178개국의 국민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코스타리카(1인당 GDP 순위 84위) 도미니카(72위) 자메이카(109위) 순으로 행복지수가 높았고,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은 114위, 한국은 68위에 불과했다.

박근혜정부는 국민행복 시대 개막을 국정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70% 복원, 일자리 나누기, 상생의 기업 생태계 조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한된 국가재원의 범위에서 국민행복의 극대화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려면 우리의 실정에 맞는 국민행복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 우선순위의 조정과 사후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구 70만명도 채 되지 않는 아시아의 최빈국 부탄은 국민의 행복도를 기준으로 나라의 발전을 측정하겠다며 2008년에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ㆍGNH)을 국가발전지표로 채택해 국가를 운영함으로써 각종 기관의 국민행복조사에서는 항상 상위권에 들고 있다. 저성장ㆍ고령화와 양극화 심화로 사회 갈등과 불만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도 성장 중심에서 국민행복 중심으로 정책목표와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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