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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가 된 공간…예술로 핀 역사
13일 개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특별전
조선시대 종친부·옛 기무사 터
4년 새단장 마치고 일반인 공개

7명 큐레이터-7명 작가 참여
전통과 현대가 만난 ‘연결-전개’전

서도호 등 ‘…설치 프로젝트’전
‘미술관의 탄생’까지 5개 특별전


11월 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4년간의 준비기간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된다. 미술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고, 현 시점의 다양한 한국ㆍ해외 미술을 소개하며, 예술계 미래를 적극 제시하고 선도하겠다는 정형민 관장의 포부처럼 개관특별전은 서울관이 한국현대미술의 중심이자 세계 미술의 허브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서울관은 조선시대 종친부, 일제강점기 기무사 본관을 그대로 품었다. 70여명의 국내외 작가들은 이러한 역사와 장소적 특색을 현대적으로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개관전은 ‘연결-전개’전, 알레프 프로젝트,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전, 현장제작 설치 프로젝트, ‘미술관의 탄생’전 등 총 5개의 특별전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전시를 돌아보는 데 약 5시간 반이 소요된다. 쾌적한 관람환경을 위해 이달 30일까지는 인터넷을 통한 예약자만 방문할 수 있다.

▶7명의 큐레이터와 7명의 작가가 만든 ‘연결-전개’展=전통과 현대, 역사와 시대, 사회와 예술 등 다양한 연결고리가 한데 어우러지는 ‘서울관’이라는 장소에서 기획한 첫 번째 주제는 ‘연결’과 ‘전개’다.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모인 세계 유수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와 디렉터를 초대, 이들이 추천한 작가 7명의 작품으로 구성한 전시다. 서울관의 메인인 3, 4, 5전시실에서 진행된다.

한국의 양민하 작가는 서울관의 지역적 역사성에 착안해 신작 ‘엇갈린 결, 개입’을 선보인다. 벽과 바닥을 따라 끊임없이 흐르는 ‘결’은 관객의 반응에 따라 멈추거나 뭉치기도 하지만 결국 흘러간다. ‘연결-전개’의 개념을 가장 잘 살렸다는 평이다. 대만의 리밍웨이는 성악가들이 관객 1명에게 슈베르트의 가곡을 들려주는 깜짝 퍼포먼스 ‘소닉 블라썸’과, 전시된 꽃을 타인에게 선물하는 ‘움직이는 정원’을 선보인다. 영국의 타시타 딘은 2011년 테이트 모던에서 선보인 ‘필름’을 서울관에 맞게 조율했다. 35m 흑백필름에 여섯 가지 색을 입혀 오직 가위와 아교로만 편집하는 아날로그 제작방식을 통해 필름 그 자체의 느낌을 전달한다. 이 외에도 전쟁의 트라우마와 개인 성찰을 다룬 미국의 킴 존스,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일본의 스가 기시오, 인도의 정치ㆍ종교 분쟁과 생태계 환경문제를 명상적으로 다룬 아마르 칸와르, 1만개 도시를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스위스의 마크 리 작품도 인상 깊다. 

13일 일반에 공개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조선시대 종친부, 일제강점기 기무사 본관을 그대로 품었다. 서울관의 얼굴 격인 ‘서울박스’에는 서도호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이 설치됐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시각화한 ‘알레프 프로젝트’=‘알레프’는 20세기 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지름 2~3cm의 작은 구슬처럼 생긴 ‘불가해한 우주’다. 작지만 크기의 축소 없이 모든 우주의 공간이 그 안에 들어 있고, 모든 시점이 통합되지만 동시에 모든 시점이 존재하는 절대 우주다. 서울관은 보르헤스의 ‘알레프’를 차용해 무한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관점들이 동시에 시각화되는 곳을 상상하며 예술적 플랫폼을 시도했다. 21세기 신개념 이론인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수용하고 이론가, 건축가, 디자이너, 천체학자, 물리학자, 사운드아티스트, 연출가, 공연자 등이 참여했다. 예술과 철학ㆍ기술ㆍ문학의 만남을 장르를 넘나드는 첨단 경향의 신미술로 보여준다. 전시공간도 전시실 한 곳이 아닌 미디어랩, 멀티프로젝트홀, 영화관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소장품으로 본 한국사회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展=‘자이트가이스트’는 1980년대 초반 독일의 표현주의 경향을 말한다. 정치적이고 서술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명칭을 차용해 시대정신을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통해 한국현대미술을 시대적으로 분석, 대한민국 현대사 과거보기를 시도했다. 전시관의 첫 작품과 마지막 작품은 묘하게도 ‘동학’을 소재로 해 시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서도호ㆍ최우람ㆍ장영해중공업 ‘현장제작 설치 프로젝트’=서울관의 얼굴 격인 ‘서울박스’에는 서도호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이 설치됐다. 서도호가 유학 초기 거주했던 3층 높이의 아파트 건물과 작가가 어릴 적 거주했던 성북동 한옥 구조를 결합시킨 실제 건물 크기의 대형 천 설치작품(12×15m)이다. 푸른색 반투명 천으로 제작한 작품 뒤로는 종친부 건물이 투영돼 묘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작가는 “서울관의 건축적 문맥에 집중해서 작업했다”며 “한옥-양옥-서울박스-종친부-서울 등 다섯 개 집의 관계를 고민하길 바란다”고 작품의도를 설명했다. 

대만 리밍웨이의 ‘움직이는 정원’

최우람은 미술관이 살아숨쉬길 바라며 높이 5m에 달하는 거대한 기계 생명체를 선사했다.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Opertus Lunula Umbra)’는 제5전시실 앞 천장에 매달려 있다. 수십 쌍의 거대한 날개가 서서히 움직이며 장관을 연출한다. 첨단 기계문명시대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시각이 가상의 기계생명체와 어울려 매혹적이다. 백남준의 뒤를 있는 대표적인 뉴미디어 아티스트로 꼽히는 장영해중공업은 창고 갤러리와 제6전시실에서 11채널 HD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인다.

▶서울관 건립과정을 담은 ‘미술관의 탄생’展=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건립과 개관을 준비하면서 그 주요 과정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아카이브로 구성하는 장기 건립기록 프로젝트를 담아낸 전시도 선보인다. 미술관 건립이 확정됐던 2009년부터 완공된 2013년까지 5년간의 시간을 담았다. 사진기록은 노순택ㆍ백승우 작가가, 다큐멘터리는 제작사 DK미디어가, 음향기록은 양아치가 진행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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