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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의들 ⑤> 까다로운 폐암 · 식도암 로봇수술 선두주자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김대준 교수
‘의사의 꽃’ ‘칼잡이’. 흉부외과 의사를 묘사하는 애칭이다. 일반인들이 의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해보라면 막연히 흉부외과 의사를 꼽을 만큼 흉부외과 의사는 메디컬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으로도 등장한다. 뉴하트, 외과의사 봉달희, 현재 방영 중인 메디컬탑팀 등 많은 드라마에서 소재가 될 만큼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김대준(46·사진) 교수와의 인터뷰도 바쁜 수술 일정으로 간신히 1시간여를 낼 정도로 어렵게 이루어졌다. 김 교수의 진료영역은 폐암을 비롯한 식도암, 종격동종양으로 주 관심 분야는 초기 폐암 치료와 흉강경 로봇 수술이다. 폐암과 식도암 수술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권위자이면서 최근 폐암 수술에 도입된 로봇 수술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세브란스병원 폐암 전문클리닉의 팀장이기도 한 김 교수의 주전공은 ‘폐암’이다. 초기 폐암의 경우 기존에는 절제만으로 거의 99%가 완치됐지만 이 경우 폐의 상당 부분을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CT 소견에서 보인 모양과 수술실 병리소견을 토대로, 폐엽을 모두 자르지 않고 흉강경으로 보면서 선택적으로 한 구역만을 절제해도 거의 비슷한 효과를 보일 만큼 치료법이 발전했다.

김 교수는 최근 진행된 폐암에서 아바타 모델을 이용한 개인별 맞춤치료에도 도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수술 시 얻은 환자의 암세포를 쥐에게 이식해 증식시키고, 각 쥐에게 항암제(신약 포함)를 투여하면 어떤 약물이 그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개인별 맞춤치료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약 개발 임상시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식도암’ 수술 분야에서는 국내 몇 안되는 권위자이기도 하다. 식도암은 수술시야가 좁고, 식도 부근 림프절 신경이 매우 가늘어 이 부분을 섬세하게 절제하기는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분야이다. 김 교수는 2006년 7월 국내에서 최초로 식도암 로봇수술을 시행했고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식도암 수술을 의료진을 상대로 라이브서져리(수술생중계)로 시연했다. 김 교수의 술기를 배우고자 현재까지 일본, 대만,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에서 연수를 다녀갔다.

김 교수는 의대 졸업 후 인턴을 돌면서 원래 관심분야였던 신경외과와 흉부외과 사이에서 잠시 고민했지만 다이나믹한 흉부외과의 매력에 끌려 흉부외과를 선택했다.“대부분이 5~6시간이 넘게 걸리는 수술시간으로 몸은 힘들었지만 환자가 좋아져서 나가면 재미있었어요. 전공의 때는 3, 4년째 통틀어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들어갔는데 집에 가면 오히려 불편할 정도였어요.” 이쯤되면 수술을 즐긴다고 해야 할 정도로 김 교수는 천생 외과의사직을 타고난 것 같았다.

“2008년에 한 여자분이 식도암 3기로 왔는데 임파선에 암이 많이 퍼져 있었어요. 식도암은 무척 고통스러운 암입니다. 3기 정도 되면 물도 삼키지 못할 정도로 고통을 호소해요. 수술 후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까지 하고 나서 환자분이 울면서 몇 달까지 살 수 있을까를 물어보더라고요. 마지막 소원이 아들딸 시집장가가는 것만 보고 죽었음 좋겠다고 했는데 수술하고 5년 다 돼서 그분이 선물을 한보따리 사가지고 찾아왔어요. 딸 시집도 보냈다고….”

김 교수에게 흉부외과 의사는 직업이라기보다 신앙처럼 보였다. “좌우명은 ‘역지사지’입니다. 수술실에 들어갈 때는 ‘이 사람이 우리 부모라면 어떻게 할까’ 라고 늘 반문해봅니다. 예전에 나이가 지긋한 한 수녀님이 폐암으로 저한테 수술을 받으셨어요. 수술 끝나고 수녀님이 고맙다고 “제가 뭘 해드릴 수 있을까요” 라고 물으시길래, 제가 그랬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첫째, 교만해지지 않게 기도해 주시고 두 번째는 수술할 때 ‘손실수’ 안하게 기도해 주세요’라고요. 수녀님이 빙그레 웃으면서 늘 그렇게 기도하겠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어쩌다 쉬는 날에는 아내하고 서울시내 골목 구석구석을 다녀요. 사우디아라비아에 2년간 외과 교수로 있을 때 아랍 국가라 여자들이 바깥 외출이 잘 안됐거든요. 그게 미안해서 지금은 와이프와 실컷 다니고 있어요.” 김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자 또 수술 일정이 있다며 서둘러 수술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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