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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조범자> 남자골프, 세계 무대에 씨를 뿌리자
얼마 전 끝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티켓 전쟁으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한국시리즈 예매’가 오르고 온라인에선 네티즌들이 예매 성공 노하우를 공유했다. 컴퓨터 키보드의 탭키와 엔터키를 능수능란하게 다뤄야 한다든가, ‘새로고침’ 버튼을 수차례 눌러 잔여표가 풀리는 ‘찰나’를 공략하라든가 하는 ‘행동수칙’이었다. 덕분에 삼성-두산의 한국시리즈와 LG-두산의 플레이오프는 전 경기 매진 기록을 세웠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운, 뜨거운 야구 열기의 현 주소다.

몇 년째 지속된 이 익숙한 장면들은 그러나 불과 10년 전만해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가장 ‘핫한 카드’라는 LG와 두산의 2000년 플레이오프도 6경기 평균 1만7797명의 관중을 모으는 데 그쳤다. 3만석 잠실야구장에 2만명을 미처 채우지 못해 구단 프런트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텅 빈 외야석을 대형 천으로 덮는 등 TV 중계방송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도록 묘안을 짜내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스타 부재였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성공으로 김병현 서재응 봉중근 김선우 등 국가대표급 스타들이 줄줄이 빅리그로 직행하면서 야구 인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1999년 한 해를 제외하고 1998년부터 2004년까지 7년간 평균관중이 200만명에 불과했다. 프로야구 암흑기였다.

하지만 해외 리그에 뿌린 씨앗은 기대하지 못했던 알찬 열매로 돌아왔다. 이들이 주축이 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베이징올림픽의 빛나는 성과는 지금의 야구 열풍의 뿌리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프로야구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놓은 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남자프로골프(KPGA) 때문이다. KPGA는 지난해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내분을 겪으면서 기업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회 수가 축소되자 100여명의 선수가 대거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시드전에 몰려가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2014년부터 중국프로골프 투어를 운영한다고 발표해 국내 골프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PGA 투어는 20만달러 규모의 대회를 12개 정도 운영해 상금랭킹 상위권에게 PGA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 진출권을 줄 계획이다. 중국 국적 선수가 아니라도 출전할 수 있는 데다, PGA 투어 입성의 유일한 창구인 웹닷컴투어 시드를 준다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선수들의 구미를 당기는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가뜩이나 위축된 KPGA 코리안투어가 중국발 역풍에 또 한 번 선수들의 ‘엑소더스’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전례처럼, 국내 여자골프가 박세리를 위시한 ‘코리안 낭자’들의 LPGA 투어 성공에 힘입어 황금기를 연 것처럼, 남자 골프도 예외가 되란 법은 없다. 국내에서 부활의 해답을 찾는 것도 좋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면 오히려 더 가깝고 쉬운 길을 만날 수도 있다.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과 아시아 투어 등 해외 무대서 좋은 성적을 내고 스타가 탄생한다면 국내 골프에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 투어 역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부흥 가능성을 엿본 KPGA는 내년 17~18개로 대회 수가 늘어나고 기존 대회 중 상금을 증액하겠다는 주최사들이 하나 둘 나타나면서 또 한 번 발돋움할 좋은 기회를 맞았다. 혹시 누가 아는가. 남자 골프도 프로야구처럼 세계 무대에 뿌린 씨앗이 더없이 빛나는 열매로 되돌아올지.

조범자 (문화부 차장)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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