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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겸재 정선 화첩
조선후기 최고의 진경산수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은 내금강의 전체 경관을 담은 ‘금강내산전도’를 9점이나 남길 정도로 금강산을 즐겨 그렸다. 짙게 우거진 흙 산이 왼쪽 화폭 가득 흘러 아랫단까지 채우고 중심에는 시퍼런 암봉들이 쟁쟁하게 펼쳐지는 전도다. 주상절리와도 같은 날 선 암봉 사이사이, 장안사, 삼불암, 표훈사, 정양사 등이 생그렇게 자리 잡은 모양은 정선의 금강전도의 기본 구도다.

수많은 봉우리와 사찰을 모두 한눈에 조망한 듯 그린 이 전도를 보면 실제 실물을 보고 그린 것인지 아리송하다. 정양사 근방의 천일대가 내금강의 면모를 두루 굽어볼 만한 전망대로 꼽히지만 너른 시야를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에카르트 데게 전 독일 킬대학 지리학과 교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그는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에 있던 정선의 ‘금강내산전도’를 보고 실제 현장에서 사생했는지 미스터리 도전에 나섰다. 우선 1996년 금강산을 답사한 뒤 1954년 발간된 미 육군 지도에 실린, 같은 지역 금강산 지도를 비교해 데게는 정선이 현장에 있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즉 지도에서 해발고도 930m인 능선의 한 지점을 조망 위치로 상정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겸재의 ‘금강내산전도’와 ‘만폭동도’ ‘구룡폭포’ 등 총 21점의 그림으로 구성된 왜관수도원 소장 ‘겸재정선화첩’이 26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한국에 온 지 8년 만에 선보이는 이 화첩은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의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파스가 1925년 한국 방문 중에 수집해 가져간 것을 2005년 왜관수도원에 영구 대여 형식으로 반환한 문화재다. 해외 문화재를 애써 들여오는 것 못지않게 아끼고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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