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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이종덕> 문화 예술계 여인천하(女人天下)
오래전부터 다른 분야에 비해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진 곳이 문화예술 분야다. 여성은 유연하고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 이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술가에서부터 연출자, 극작가, 공연기획자까지 발군의 실력으로 맹활약하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한국 문화예술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여성의 힘이 커졌다.

필자는 오랜 세월 문화계에 몸담으면서 문화예술계의 뛰어난 여성들을 독려하고 응원하며, 그들의 활약을 지켜봐 왔다. 특히 오랜 기간 지켜봐 오며 남다른 인연으로 기억되는 여성이 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과 첼리스트이자 지휘자 장한나다.

강수진과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수진이 발레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브누아 드라당스’에서 ‘최고 여성 무용상’을 받았을 때 문화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축하파티를 했다. 그때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재직하던 필자는 강수진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세우겠다고 공언했고, 부족한 예산, 열악한 국내 시장 상황, 발레단 일정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2002년 1월 초청 공연을 성사시켰다. 작품은 최고 무용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카멜리아의 여인’이었다. 마침 지상파방송국에서 특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제작해 방송했다.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뭉툭하게 일그러져 버린 그녀의 발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줬고, 강수진은 무용수로서는 이례적으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끌고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강수진과는 필자가 성남아트센터에 재직하던 2006년 ‘말괄량이 길들이기’, 2009년 성남 국제무용제 개막 공연, 월드 스타 갈라 공연을 통해 인연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발레리나 강수진의 입지는 더욱 두터워져 한국 발레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세계무대를 지휘하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끌며 한국 클래식을 발전시켰듯, 이제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이 고국에 돌아와 한국 무용계의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다 해주길 기대해본다.

첼로 영재로 오랜 기간 주목받고 세계적인 첼로 연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장한나에게 필자는 2007년 지휘자 데뷔무대를 제안했다. 성남아트센터 주최 ‘제1회 청소년 관현악 페스티벌’ 무대에서 장한나는 지휘자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2009년부터는 매년 100명의 젊은 연주자를 뽑아 연습한 뒤 무대에 올리는 ‘앱솔루트 클래식’ 시리즈를 기획, 장한나가 마에스트라로 가는 길에 한층 힘을 실어줬다. 지휘자로서 역량을 인정받은 장한나는 이제 카타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자 노르웨이 트론드헤임심포니 수석 객원지휘자다. ‘금녀의 벽’으로 여겨졌던 지휘대에 올라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면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무척 영광스럽고 대견하다.

여성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교직과 공직은 물론 법조계와 의료계 등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맹활약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넘쳐흐르는 시대다. 여성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가 행복해진다고 한다. ‘문화’와 ‘창조’가 화두인 시대에 유연하고 섬세한 여성의 활약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더욱 많아져 진정으로 여성이 행복한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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