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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말뿐인 공기업 개혁, 차라리 민영화해라
공기업은 국민이 주인인 회사다.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혈세를 투입해 설립됐다. 전기 공급, 토지 개발처럼 독점적 사업이나 대규모 투자에 비해 이익이 많이 나지 않는 분야를 담당한다. 대부분 독과점이다. 이를 통제해 공익성과 수익성을 적절히 조합, 평가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민간기업은 경영을 잘못해 부실이 심해지면 주주들이 손실을 보고 도산한다. 반면 공기업은 국민 혈세로 손실을 메워야 한다. 민간기업의 대주주는 부실 사업을 매각하거나 청산하지만, 공기업 구조조정의 기준은 수익성보다 국가가 독점적으로 기업을 영위할 필요가 있느냐 여부다. 토지주택공사(LH)나 한국전력을 빚이 수조원에 달한다고 문 닫게 할 수는 없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폐합 논의에서 보여주듯 공기업이 정책 목표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공기업은 실적이 나빠도 망하지 않으니 안정적인 직장이다. 그래서 민간기업보다 임금이 적어도 감수했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져 민간기업이 임금을 삭감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동안 공기업은 직원 복지를 도가 넘칠 정도로 확대했다. 이를 감시할 정부가 제대로 역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방만 경영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잔치는 끝났다”며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공기업들이 위기의식을 느낄만한 것들이 있다고 엄포를 놓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끝장을 본다는 의지와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정부를 독려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벌써부터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크다. 부채 규모 공개하고 공기업 평가 항목에 몇 개 추가한다지만 시답지 않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행태를 볼 때 공기업에 대한 인식이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공기업을 국민의 기업이 아닌 정권 획득의 전리품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대선 승리의 공신이라고,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내려 보낸 ‘낙하산 인사’를 방만하게 경영한다고 사퇴시킬 수 있나. 힘 있는 사람일수록 이 정부에선 성과와 상관없이 무소불위이고, 다음 정부에 가면 임기와 상관없이 나갈 사람들이다.

또 빚이 많은데 직원들에게 과도한 복지혜택을 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공기업들의 빚은 대부분 정부가 떠안긴 것이다. 정부가 예산으로 편성할 국책사업을 전가하면서 공기업들이 부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을 통해 한전의 수익을 높일 것이냐, 한전 이익이 줄더라도 전기료 인상을 억제할 것이냐는 정책 판단사항이다.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공기업 개혁을 하려면 단순히 부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독점이 필요없는 기업은 과감히 민영화하고, 역할을 다한 공기업은 청산해야 한다. 한전에서 나간 전력회사들을 민영화해 경쟁시키고 민간이 충분히 역할하는 분야의 공기업은 없애야 한다.

올 봄 타계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50개 가까운 공기업을 민영화해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서비스의 질도 개선했다. 살아남은 공기업은 물론 민간에까지 긴장감을 주면서 국가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영국병’을 치유했다. 

박승윤 (경제부장)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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