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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병사묘역으로 돌아간 ‘참 군인’ 채명신
지난 25일 타계한 채명신 장군이 28일 영결식을 갖고 국립서울현충원 ‘2번 병사묘역’에 안장됐다. 이곳에는 1033명이 잠들어 있으며 그 대부분(971기)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희생된 병사들이다. 이제 채 장군은 그토록 사랑했던 ‘전우’들 곁으로 돌아가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됐다. 널찍하고 잘 단장된 장군묘역을 외면하고 굳이 좁은 병사묘역으로 간 것은 물론 고인의 유지에 따른 것이다. 그는 생전에 “전우들과 함께 묻히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고 한다. 죽어서도 부하사랑을 실천한 ‘참 군인 채명신’의 면모를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후배 군인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예비역 장군이 병사묘역에 묻힌 것은 이전에 없던 일이다. 더욱이 그는 6ㆍ25전쟁의 영웅이자 초대 주월(베트남) 한국군 사령관을 지낸 대한민국 대표 군인이다. 그런 그가 장군묘역이 아닌 일반 병사묘역으로 간 것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가 묻힌 자리와 비석의 크기, 재질도 일반 병사와 똑같다고 한다. 장군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혜택조차 마다하고 평소 소신처럼 평범한 군인의 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그의 병사묘역행이 후배 군인들보다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지는 교훈과 의미가 더 큰 까닭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는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가지고도 사소한 특권조차 내려놓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이들이 차고 넘친다. 당장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민생현안은 외면하면서도 자신들의 특권은 움켜쥐고 버티는 국회와 정치권이 그렇다. 어디 그뿐인가. 도덕적해이 논란을 불러온 공기업의 돈잔치와 방만경영, 복마전의 근원으로 전락한 원자력발전소에 얽힌 수많은 형태의 비리, 고객 자산의 안전한 관리는 뒷전인 채 고액 연봉에만 관심인 금융기관 임직원 등도 마찬가지다. 채 장군이 몸으로 남긴 교훈을 누구보다 새겨들어야 할 이들이다.

평생 군인의 길을 걸었으며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겠다던 채 장군은 천생 군인이다. 주월 사령관 재직 시절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으나 청와대로 가지 않고 국립묘지 월남전 전사자 묘역을 먼저 참배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를 왜 ‘참 군인’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울림은 어느 때보다 크고 강하게 들려온다. 그 울림이 정직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밝힐 등불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시 한 번 그의 명복을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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