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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프로야구계의 판도 변화
41세에 요절한 프랑스의 극작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Bernard-Marie Kolts)의 저서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를 다시 읽었다. 욕망으로 가득 찬 ‘딜러’와 ‘손님’ 간의 치열한 주장과 허무한 대립을 묘사한 심리극으로, 마지막 장면은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문장 중에 딜러가 손님에게 “사려는 사람을 마주한 팔려는 사람의 겸손함으로, 욕망하는 사람을 마주한 소유한 사람의 겸손함으로 말입니다”라고 말한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이렇듯 마음을 비울 수 있다면 세상은 이리도 험난하지 않았을 것이다. 살면서 초심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오해와 대립과 분쟁이 들 때 처음으로 인연이 된 그날의 풍성한 추억을 그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사 그렇게 흘러가질 않으니 고난이 이어지게 된다.

이번에는 책의 말미에 손님이 딜러에게 “우정이란 배신보다 더 인색한 법입니다.(중략) 당신은 내놓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계산대에 당신의 감정들을 늘어놓은 겁니다”라고 강변한다. 이쯤 되면 양자의 거래는 이미 중단된 것이고, 남는 것은 지독한 불신과 깊게 얼룩진 각자의 상처뿐이다.

지금의 프로야구 판 흐름과 대비되지 않을까. 두산과 김진욱 감독 간의 이별 모습을 보면서 마치 메이저리그 야구식 헤어짐의 모습을 본 것 같다. 이해와 설득과정이 삭제된 각자의 주장만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배려와 겸손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은 결코 아니었다. 이로 인해 야구장의 전체 판세가 한쪽 방향으로 바뀌는 미묘한 쏠림 현상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30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두산은 감독교체를 쉽게 하지 않는 팀으로 인식돼 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하면 자연스럽게 프로야구를 꼽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준우승이 계기가 됐다. 그 후 가족단위의 관중과 여성 팬들이 늘어나면서 작년에는 7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약 78만 9000명 정도 줄어든, 총 입장객수 674만 3904명으로 집계됐다. 자연스럽게 모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전개됐고 충성도 높은 고객층 유지와 확보에 역량을 집중했다. 방송사도 연일 경기분석과 전망을 내놓으며 인기에 화답했다. 구단의 최고위층이 직접 운동장을 찾는 기업문화도 새롭게 정착시켰다.

관심과 관여가 증폭되면서 새로운 양상이 만들어졌다. 기업문화를 이해하면서 비즈니스 감각을 소유한 CEO형 감독을 구단은 선호하게 됐고, 패하더라도 팬들이 수긍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경기를 요구하게 되었다. 그 신호탄은 이미 2010년 삼성에서 선동열감독이 조기 퇴진할 때부터 시작됐다.

결국 구단주의 독심술이 감독의 용병술을 앞질러가는 구도가 소리없이 정착된 것이다. 반면 상위팀일수록 확실한 투자는 의무사항이며, 감독의 임기 보장은 결국 성적과 팬심에 좌우되게 됐다. 프런트는 운영을 책임지고 감독은 현장을 챙기는 이상적인 구도는 당분간 쉽지 않을 듯싶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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