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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가 있는 길을 찾아서…길을 통한 문화 창조 · 발전 프로젝트 ⑩> 한걸음 한걸음…그리고 천천히 그렸다, 청풍명월의 수묵화
충북 제천과 월악산 일대 호젓한 길
청풍호 북쪽 532번 지방도 비포장 흙길 ‘추사의 세한도’가 펼쳐지고…
덕동생태숲 노란 낙엽송 자태가 멋드러지게 펼쳐진 이국적 풍경…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망국의 한을 품고 머물렀던 월악산 덕주산성
금수산 자락 천년고찰 정방사 길 걷다보면 ‘錦繡’의 아름다움에 빠지네


충북 제천과 월악산 인근에는 명소들이 많다. 명소를 감상하기 위해 차를 타고 여기저기를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길을 걸으면서 명소를 봐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기자도 청풍호를 여러 차례 가봤다. 하지만 차를 타고 가다 괜찮은 곳에 세우고 본 것이다. 이번에는 초겨울의 운치가 곳곳에 서려있는 이곳 주변을 천천히 걸어봤다. 앞과 옆, 뒤가 다 보였다. 새벽에는 물안개도 봤다. 이래서 “청풍호, 청풍호 하는구나”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낚시꾼들이 충주호와 청풍호에 들어가 3~4일을 보낸다고 할 때 “무슨 재미로 며칠씩이나 보내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이 트기 전 청풍호 주변을 걸으며 물안개를 보면서 그 의문은 풀렸다. 빼어난 풍광을 본 이상의 기분을 맛봤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무념무상, 신선(神仙)이 된 느낌이었다.

초겨울의 운치가 곳곳에 서려있는 제천 청풍호 주변을 천천히 걷다 보면 앞과 옆, 그리고 뒤도 볼 수 있다. 동이 트기 전에는 청풍호 주변의 물안개 속에 숨겨진 또다른 풍광도 맛볼 수 있다.

청풍호는 1985년에 준공된 충주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호수다. 제천에서는 청풍호, 충주에서는 충주호라 불린다. 청풍호는 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담수량이 많다. 면적 67.5㎢, 평균 수심 97.5m이며, 저수량은 27억5000t이다. 제천시의 담수 면적은 48㎢로 호수 전체 면적의 약 51%를 차지하고 있다.

청풍호 주변에는 제천에서 그 풍광을 자랑할 만큼 빼어난 곳들이 산재해 있다.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비봉산과 청풍면의 진산인 인지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남한강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금수산이 있다. 이 외에도 동산, 대덕산, 부산, 관봉 등의 명산들이 청풍호 주변에 있다.


▶청풍호 북쪽의 532번 지방도, 비포장 흙길이라 걷는 맛이 있다=이런 청풍호의 또 다른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추천하고 싶은 길은 청풍호 북쪽의 532번 지방도다. 요즘은 지방에도 비포장도로가 거의 없는데, 대덕산과 수름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이곳은 일부는 포장도로지만 대부분은 비포장 흙길이라 걷는 맛을 더해준다. 자동차가 가끔 다니지만 10분에 한 대가 지나갈까 말까 할 정도로 호젓하다.

제천 금성면 월굴리에서 시작돼 청풍면 황석리, 후산리, 사오리를 거쳐 부산리까지 이어지는 첫 번째 호반도로에서 비포장 구간은 9㎞이다. 금성면 갈림길에서 비포장도로까지는 3㎞ 남짓 거리다.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서쪽과 남쪽 청풍호반에 비해 외지인은 물론 제천 사람들에게조차 잊혀진 길이다 보니 호젓함을 간직하게 되었다. 청풍호를 조망하는 최고의 포인트로 꼽히는 청풍호 활공장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실처럼 이어진 길이 바로 이 532번 지방도다.

호반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흙길을 따라가면서 드물게 세월을 낚고 있는 강태공을 만날 수 있다. 주변 산하를 비추는 잔잔한 호수 아래에는 잉어, 붕어, 쏘가리, 꺽지가 산다.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황석리에는 6~7가구로 구성된 마을이 있다. 황석리 안쪽으로 휘어 들어온 청풍호와 나지막한 산자락이 만나는 곳에는 추사의 세한도에 나오는 풍경이 형성돼 있다. 소나무들이 호숫가의 돌무더기 위에 이파리를 모두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서 있다. 세한도에서처럼 모두 네 그루다. 켜켜이 갈라지고 부서지는 바위무더기 위에서 우직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모두 생명을 다한 나무들이다. 물살에 돌들이 무너지며 뿌리가 모두 밖으로 드러나 생명을 다한 듯했다. 인근에 살고 있는 김수영 씨에 따르면 물이 나무 끝까지 차 있어도 잘 버티던 나무들이 남한강 하류 여주 지역의 공사로 인해 1년 이상 물이 차게 되면서 죽었다고 한다.

청풍호 북쪽의 532번 지방도. 그 길은 흙길이다. 걷다 보면 걷는 맛이 더해준다. 청풍호와 나지막한 산자락이 만나는 곳에는 추사의 세한도에 나오는 풍경도 만날 수 있다.

황석리를 지나 후산리, 사오리를 거치면 길은 다시 아스팔트 포장길로 바뀐다. 길이 끝나는 지점인 부산리 삼거리에는 황금빛 이파리를 반짝거리는 자작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부산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이어지는 532번 지방도는 포장이 끝나고 다시 흙길이 되어 흰서덕돌, 시계골, 벼락골, 웃오미, 진목치를 지나 충주시 동량면으로 이어진다. 

▶덕동생태숲과 덕동계곡도 걸어야 진가가 나온다=청풍호가 제천 도심의 남쪽이라면 도심의 서쪽인 박달권의 가장 끝부분에는 백운면이 있다. 여기에 있는 덕동생태숲과 덕동계곡도 걷는 코스로 손색이 없다.

제천시 백운면 덕동리에 위치한 덕동생태숲은 자연림과 원식생의 복원, 생태 연구, 천이 학습 등과 연계된 삼림욕장이다. 생태 관찰 탐사와 체험교육 등을 위한 관련 시설물과 산림자원 생태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연 소재의 휴게실과 편의시설이 있는 방문객센터, 자연체험학습과 교육 및 홍보를 하는 실내전시관, 낙엽송으로 둘러싸인 연결로와 개구리 연못, 계곡과 소나무 등의 숲을 관찰하는 테마별 관찰로 등이 조성되어 있다. 총면적 2.5㎢인 덕동생태숲은 걸어 다녀야 좋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다. 요즘은 노란 낙엽송들이 자태를 뽐내 마치 캐나다나 북구 어디쯤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머지않아 낙엽송은 입을 모두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다고 한다.

길이 8㎞의 덕동계곡은 울창한 산림과 맑은 계곡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5㎞ 구간까지는 야영지와 펜션 등이 있어 쉬어가기 좋다. 구수애 마을을 흐르는 계곡 한복판에 있는 아들바위는 바위를 향해 돌을 던져 바위 위에 잘 놓는 사람은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테마별 관찰로등이 조성된 총면적 2.5㎢인 덕동생태숲. 요즘은 노란 낙엽송들이 자태를 뽐내 마치 캐나다나 북구의 어디쯤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백운면의 남쪽 애련리에는 영화 ‘박하사탕’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진소마을이 있다. 울창한 숲과 절벽, 터널에서 빠져나온 곡선의 철로, 철교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제천천 물줄기 등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월악산 덕주산성=제천의 최남단 한수면과 덕산면에는 월악산이 있다. 월악산을 등산으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걸으면서 등산으로는 보지 못하는 곳곳의 내력을 음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수면 송계리 쪽에서 바라보는 월악산은 영봉,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암봉의 능선이 멋스럽다. 제일 오른쪽 영봉은 100여m는 족히 될 법한 벼랑을 드러내면서 중봉과 하봉, 두 봉우리를 아우른다. 산 이름에 ‘월(月)’이 들어가면 여성적이고, ‘일(日)’이 들어가면 남성적이다. 월악산 덕주사에는 월악의 여성스러움을 중화(?)시키기 위해 세워진 세 개의 남근석이 있다. 가운데 돌은 사람들이 하도 만져 마모된 정도가 심하다.

월악산은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와 딸 덕주공주가 망국의 한을 품고 머물렀던 산으로도 유명하다. 덕주산성은 덕주공주가 피난했던 곳이다. 고종 43년인 1256년 몽고군이 충주를 공략하고 이곳으로 진격하자 관리들과 노약자들이 이 산성으로 피신하였는데, 갑자기 구름 바람 우뢰 비 우박이 쏟아져 적병들은 신이 돕는 땅이라 하여 달아났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조선 말 명성황후가 흥선대원군과의 권력 암투에서 패배할 것을 예상하고 은신처를 마련하려고 이곳에 성문을 축조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월악산 덕주산성. 문경과 충주를 잇는 도로를 차단하는 전략적 요새지이다. 이 곳을 걷다 보면 망폭대 등 송계계곡의 절경을 음미할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포곡식 산성인 덕주산성은 석축과 토축의 혼합 형식으로, 조선시대에 쌓은 남문, 동문, 북문 등이 남아 있다. 덕주산성은 문경과 충주를 잇는 도로를 차단하는 전략적 요새지로서 월악산 산마루와 그 지맥을 둘러싸고 내성과 외성을 갖춘 나성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인 성곽과는 달리 계곡을 성으로 쌓고 그 밖에는 험준한 산 능선과 암벽을 이용하여 축조하였는데, 성벽은 2m 정도의 높이로 쌓았다. 이곳들을 일일이 걸어 다니면 망폭대 등 송계계곡의 절경은 물론 덕주산성의 곳곳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정방사로 걸어가는 50분짜리 짧은 코스 길=제천 수산면의 금수산 자락 신선봉이 청풍호 방향으로 뻗어내린 능선 위에 자리한 정방사는 신라 문무왕 2년(662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법당과 칠성각, 유운당, 석조관음보살입상, 석조지장보살상, 산신각, 종각 등이 의상대라 불리는 암벽 아래에 옹기종기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는 땅콩 등 견과류를 손에 들고 새를 불러들이는 스님이 계시는데, 요즘 방송에 나와 유명해졌다. 땅콩 협찬도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기자도 땅콩을 손에 들고 휘파람으로 새소리를 내며 10분간이나 있었지만 새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어 땅콩을 내 입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방안까지 새를 불러들이는 스님의 내공이 새삼 놀랍게 느껴졌다.

금수산 능선위 자리잡은 정방사. 청풍호 자드락길 2코스이다. 시멘트로 포장되어 승용차를 이용할 수 있으며 걸어서도 5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는 금수산 자락의 숨은 계곡인 능강계곡 입구에서 시작해 정방사에 이르는 1.6㎞의 구간은 청풍호 자드락길 2코스인 정방사길이다.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어 승용차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걸어서는 50분 정도 소요된다. 아무래도 걸어가야 ‘금수(錦繡)’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제천, 월악산=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무엇을 먹을까

▶황금가든(청풍면 북진리 317번지, 043-647-6303)=건강에 좋다는 생강과의 식물인 울금(鬱金ㆍ강황)이 들어간 울금떡갈비정식이 입맛을 돋우어 준다. 적당히 다져서 부드럽기도 하면서 씹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한방돌솥밥과 시골된장찌개가 포함된다. 밥에도 울금이 들어가 황금색을 띤다. 각종 밑반찬들은 구색용이 아니라 충분히 제맛들을 낸다. 이 밖에도 참나무바비큐, 버섯불고기전골 등의 메뉴도 있다. 


▶교리가든(청풍면 교리 30, 043-648-0077)=청풍호에서 잡은 쏘가리와 빠가사리 등 잡고기로 만든 매운탕이 주메뉴다. 콩가루에 묻혀 고소함을 더한 송어회도 있다. 청풍리조트 주변에 있다.

▶산아래(봉양읍 장평리 949-2, 043-646-3233)=친환경농법으로 기른 국산우렁이와 유기농 야채 등 한방재료를 가미해 만든 우렁쌈밥이 맛있고 정갈하다. 쌀 ,고춧가루, 마늘, 파 등 제천상 식재료를 사용한다.

▶잠박골가든(청풍면 학현리 270, 043-647-3510)=훈제삼결살, 훈제오리, 직화구이삼겹살,송이한방백숙을 먹을 수 있다. 세트 메뉴도 있다.넓은 마당에서 와인을 곁들일 수도 있다.

어디서 잘까

▶청풍리조트=청풍면 교리 33, 043-640-7000

▶ES리조트=수산면 능강리 200-10, 043-648-0480

▶청풍호반드림레이크펜션=청풍면 북진리 13-1,043-648-6380

▶갈잎소=청풍면 광의리 263, 043-646-6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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