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의 독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국내 언론에서도 독일 강소 기업에 대한 취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수년간 지속되는 남부 유럽의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홀로 견고한 독일 경제의 원인과 배경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기업 관계자들은 회사 공용메일이 아닌 개인 메일 계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메일 주소 역시 일정한 표준이 없이 각자가 임의로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면 독일은 이메일에 적용되는 산업규격(DIN 5008)을 가지고 있다. 즉 이메일 주소 생성과 작성 양식이 표준화 돼있다. 독일 기업 임직원들의 이메일 주소는 이름 또는 성@기관 도메인명으로 통일되어 있다. 메일 끝 부분에 적는 서명 양식은 마무리 인사말, 회사명, 이름, 직위, 주소, 전화번호, 팩스번호, 이메일 주소, 인터넷 주소 순서로 게시하도록 표준 양식을 만들어놓았다.

따라서 이메일 수신자가 굳이 발신자의 명함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바로 연락할 수 있다. 한편 기관이나 기업의 홈페이지에는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 대표자, 연락처, 관할법원, 납세번호 등을 텍스트 형식으로 눈에 잘 띄는 곳에 임프레슘(Impressum)란을 만들어 게시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차량이 정지선을 넘어서면 교통신호등이 보이지 않는다. 정지선을 넘어서면 운전자 본인이 불편하기 때문에 굳이 차량 정지선을 넘지 말자는 캠페인을 펼칠 필요가 없다. 2000년도에 독일 하노버 엑스포 한국관 운영 준비를 하면서 보고 느꼈던 점과 같다. 하노버 시당국은 큰 규모의 엑스포를 준비하면서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시민 계도 활동이나 호루라기에 의존하지 않고 효율적인 교통시스템을 통해 해결했다. 엑스포장 북쪽, 동쪽의 주 출입구 쪽에는 시내 전차(트램)를 연장 하여 건설하고, 서쪽 진입로 부분에는 기차역에서 엑스포장까지 연결하는 무비워크를 건설하여 횡단보도를 건널 필요 없이 바로 엑스포장 안으로 그대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오히려 엑스포가 열리기 전 보다 개막 후에 차량 소통이 더 원활한 장면을 목격하고는 당시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뮌헨 시내에서는 올해 4월부터 난방열 공급을 위한 파이프 매설 공사와 보도블록 공사를 무려 8개월간 진행했다. 보름 남짓한 기간에 7백 여 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축제 옥토버페스트를 앞두고 통행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공사를 서둘러 진행할 법도 한데 차근차근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시민들, 부실 공사를 하면 기업의 생존에 직격타를 맞는 사회 시스템 등이 밑바탕 되어 있겠지만 국보 1호 남대문의 단청 부실로 대통령까지 나서야 하는 우리와는 조금은 다른 점이다.

OCED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1인당 연 평균 근로시간이 2039시간으로 독일 근로자의 연 평균 1406시간에 비해 633시간이 더 많다. 하루 8시간 근무를 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독일 근로자들보다 연간 80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어느 독일 고등학생이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것 같습니다(fleissig aber ineffizient).”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 한다. 부지런함이 의미가 있으려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독일 기관이나 기업들은 실질적인 고객서비스 개선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서비스 진단을 의뢰하고 있다. 기관의 설립 목적이나 서비스 내용이 다른 기관들을 일렬로 줄 세우기 위해 평가하고 조사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부가 국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고객만족도 조사 시스템(PCSI)은 橘化爲枳(귤화위지) 즉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처럼 본래 제도 도입의 목적에서 다소 빗나가 국가적인 인력 낭비 측면이 없는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상은 코트라 뮌헨무역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