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연아’와 ‘마오’의 또 다른 출발
처음부턴 타인과의 경쟁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자신과의 지난한 사투를 거친 후 타인이 인정하는 수준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경쟁자의 지위를 얻게 된다. 경쟁구도가 확실하게 성립되면 익숙하지 않은 압박과 긴장은 당연한 것이고, 좌절과 성취는 반복되는 일상과 다를 바 없다. 더군다나 주변인의 관심과 관여가 깊어질수록 당사자들끼리의 대결이 아닌, 마치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을 보이며 집단화를 이루게 된다. 시작은 본인들이 했지만 결말은 주변을 살필 수밖에 없게 된다.

극도의 피로감과 공허감이 엄습될 즈음 어느덧 자신은 공인의 자리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운명보다 더 진한 숙명으로 여기고 두려움을 넘어서 오직 자신과의 마지막 진검승부를 기다리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불현듯 확인케 된다. 미련과 여운마저도 한꺼번에 날려 버리기 위해. 이 같은 상황은 바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입장이 아닐까싶다.

얼마 전에 끝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피겨스케이팅대회에서 김연아는 204.49점으로 금메달을 수상했다.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의 선율에 맞춰 구성된 쇼트프로그램은 약 2분50초간 충분히 여인의 애잔한 심정이 전해졌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7년 전에 쇼트프로그램으로 사용해서 격찬을 받았던 ‘록산느의 탱고’의 좋은 추억을 되살리려는 듯, 다시 탱고 음악을 선택했다. 승부사의 기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버지에 대한 추모곡인 ‘아디오스 노니노’의 약 4분10초 동안의 연기는 그녀의 높은 경지의 예술성을 짐작케 했다. 특히 마지막 엔딩은 언제나 보는 이로 하여금 긴 잔상을 남긴다. 다만 각 프로그램에서 한 번의 점프 실수는 소치 올림픽 전까지 보완해야할 사항으로 남겨졌다.

같은 시기 아사다 마오도, 일본의 후쿠오카에서 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04.02점으로 우승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2번의 장중한 선율과 함께 시작된 그녀의 연기도 관중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만 트리플악셀(3회전 반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과 두발 착지의 실수는 수정되지 못했다.

이변이 없는 한 이제 두 사람은 2014년 2월 20일 러시아의 소치 올림픽 프리스케이팅 무대에서 마지막 열연을 펼치게 된다. 김연아는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게 되고, 아사다 마오는 금메달의 꿈을 꾸게 된다.

둘의 인연은 천겁의 세월만큼 질기고도 질겼다. 동시대인이 아니었더라면 서로가 덜 힘들었을 텐데. 평범한 일상의 삶을 포기하고 스타로 산 세월이 너무도 길었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그녀들의 속내는 장편소설로도 채울 수 없으리라. 일본의 극심한 우경화 정책은 그녀들의 진면목을 장막 안에 가두는 우를 범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못 다한 사랑과 속박 받지 않는 자유를 향유하길 바란다. 세월이 더 흘러 가족의 저녁을 위해 시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두 여자의 지극히 편한 발걸음을 거리에서 그렇게 보고 싶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