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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박종구> 블룸버그 유산과 뉴욕시의 장래
경쟁·효율 강조 블룸버그 시장
사회적약자 배려 부분은 아쉬워
내달 시장직 이어받는 블라지오
상생과 다이너미즘 균형 찾아야


다음달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12년 만에 퇴임하고 민주당 빌 드 블라지오가 시장직을 승계한다. 계층 간 빈부격차 문제를 이슈화해 당선된 블라지오는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이다. 블룸버그가 남긴 유산은 무엇이고 뉴욕시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블룸버그는 블룸버그 미디어그룹의 오너로서 개인 재산이 310억달러에 달하는 대부호다. 2001년 9ㆍ11 테러 사건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안전한 뉴욕을 슬로건으로 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특유의 카리스마와 비즈니스 감각으로 시 재건을 주도했다.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고 월가의 번영을 중시한 블룸버그 시정(市政)은 그 과정에서 적잖은 경쟁의 낙오자를 발생시켰다. 상위층에 소득과 부가 집중되면서 “월가를 점령하라” “우리는 99%”라는 슬로건이 등장했다.

블룸버그의 유산은 무엇인가. 2002년 취임한 후 범죄와의 전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레이몬드 켈리 경찰청장과 함께 불심검문(stop-and-frisk) 정책을 강력 추진하여 폭력범죄율이 40%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검문 대상이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에 집중되어 인종차별의 그림자를 짙게 한 것도 사실이다. 2010년 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검문 대상이 된 흑인은 48.3%, 히스패닉은 45.2%인 반면 백인은 39.9%로 훨씬 낮았다. 브루클린 브리지 공원 등 공공공원 확대, 자전거 전용도로 활성화, 하이라인과 첼시 지역 재개발 등은 뉴요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뉴욕시 도시계획의 대부였던 로버트 모지스 이후 가장 획기적으로 도시구조를 변화시켰다. 이에 따라 관광인구가 금년에 5400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장소 금연조치 강화, 음식물 칼로리 표시, 대형용량 소다류 판매 제한 등 건강과 비만 억제를 위한 노력도 여론이 나쁘지 않다. 공립학교 개혁도 역점 과제였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평가를 통해 학업실적이 부진한 학교는 폐쇄하고 교장과 무능 교사는 해고했다. 우수교사에 대해서는 연간 2만달러 상당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공립교육의 수월성 제고에 노력했다. 대안학교(Charter School)의 설립을 장려하고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강조했다.

가장 큰 비판은 중ㆍ저소득층의 삶이 더욱 팍팍해졌다는 점일 것이다. 뉴욕시는 유색인종의 비율이 3분의 2나 되는 다인종 사회다. 이들 상당수가 경제적 약자다. 2만명의 아이들이 거처할 집이 없다. 5명 중 1명 꼴로 아동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약 17%의 가정이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민은 그의 정책이 부유층에 치우쳤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맨해튼에 집중되었다고 응답했다. 46%만이 그의 시정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했다. 교육개혁에 대해서도 3분의 2가 종전보다 공립학교의 질이 같거나 못해졌다고 응답했다.

‘상생의 뉴욕(New York, rising together)’을 내건 블라지오는 73%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블라지오는 자신의 정책을 ‘신성한 미션’으로 규정하고 사회적 약자 배려와 빈부격차 시정을 약속했다. 경찰청장을 윌리엄 브래튼 로스앤젤레스 경찰청장으로 교체해 불심검문 정책의 전환을 시사했다.

뉴욕시의 재정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공공노조는 임금동결에 따른 손실분 80억달러 지급을 요청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공무원 노조에 끌려 다니면 파산”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블라지오가 재정 현실과 지지 기반의 요구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경쟁ㆍ효율ㆍ평가 중심에서 벗어나 반대ㆍ소외집단을 포용하되 시의 다이너미즘을 잃지 않는 균형감각이 요청된다.

월가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뉴욕주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월가 금융인의 평균소득은 2007년 40만달러 선에서 2012년 36만달러 선으로 10%가량 떨어졌다. 금권주의자(plutocrat) 블룸버그에서 포퓰리스트 블라지오로의 권력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무엇일까.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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