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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 홀릭> 외롭지 않은 젊음이 어디 있으랴
반쯤 풀어 헤친 줄무늬 셔츠, 호피무늬 바지, 카우보이 부츠…촌스럽기 그지없는 옷차림을 한 남자는 침대에 드러누워 장발의 머리를 쓸어 올린다. 남는 것은 시간, 없는 것은 돈. 화면 구석에 있는 카세트에서는 히피스런 싸이키델릭 음악이 나오고 있을 게다. 싸구려 모텔의 오렌지빛 톤은 황량하기만 하다. 깊은 외로움이 폐부를 찌른다.

그녀가 찍으면 전설이 된다. 미국 의회도서관이 선정한 ‘사진의 살아있는 전설’ 애니 레보비츠(46)가 담은 브레드 피트는 퇴폐적이면서도 우수에 찬 청춘이다. 이 사진은 1994년 잡지 ‘베니티 페어’에 실린 작품으로, 당시 피트는 서른한 살 이었다. 할리우드 배우, 정치인, 왕족 등 인물사진부터 사라예보 분쟁의 현장까지…. 레보비츠의 사진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하지만 모든 사진에서 보이는 ‘피사체의 본질을 꿰뚫는 시선’은 그녀의 작가적 역량을 짐작케 한다. 정작 본인은 찰나를 찍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찰나를 잡아내기 위해 오랜 시간의 고민을 거듭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Annie Leibovitz, Brad Pitt, Las Vegas, 1994 © Annie Leibovitz from A Photographer’s Life 1990~2005, Courtesy of Vanity Fair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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