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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산가족 상봉, 남북관계 개선 첫 단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쏟아낸 말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것은 “통일은 대박이다”는 대목이다. 평소 신중하고 절제된 표현을 하는 것에 비하면 ‘깜짝 발언’에 가깝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가 “남북 통합이 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북한 투자하고 싶다”고 했던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남북 분단 70년이 임박한 시점에서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풀어보려는 의지로 읽힌다.

남북관계의 현실은 그러나 통일을 거론하기조차 벅차다. 남북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이명박정부가 대화와 교류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 5ㆍ24 조치 이후 4년째 얼굴을 맞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박 대통령 기자회견 후 5시간 만에 공식 제의한 설 이산가족 상봉 재개는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첫 단추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이산가족 상봉이 정치색 없는 인도주의 사안인 데다, 북한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터여서 분위기는 일단 무르익고 있다.

남북은 애초 지난해 추석 직후인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했다가 상봉 나흘 전 북측의 일방적 연기 통보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 상봉이 이뤄지면 2010년 10월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가 절박하고도 시급한 것은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는 12만9000여명이다(지난해 11월 말 기준). 이 가운데 5만7000여명은 사망했다. 나머지 생존자도 70세 이상이 80%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면서 금강산 관광 문제와 분리 방침을 밝혔다. 공은 이제 북한으로 넘어갔다. 지난 9월 북이 돌연 상봉 연기를 선언한 배경 이면에 금강산 관광 분리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니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가 진정성이 있다면 북은 조건 없이 우리의 제의에 호응, 이산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기 바란다. 정치와는 무관한 인도적 사안에서도 남북이 등을 돌린다면 한반도 평화는 요원하며, 통일은 언감생심이다.

차제에 남북대화와 교류의 전면 중단을 불러온 5ㆍ24 조치를 완화하기 위한 대화 노력도 병행했으면 한다. 5ㆍ24 조치를 전향적으로 푸는 건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도 필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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