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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만화에 미친 발칙하고 유쾌한 소녀들…‘로드러너 만화클럽’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지난해 대중문화 트렌드의 으뜸은 ‘복고’였다. 2012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촉발된 90년대 복고 열풍은 이듬해 후속작인 ‘응답하라 1994’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음원 차트에선 20년 전 히트곡들이 차트를 점령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 같은 복고 열풍은 문화 전반으로 파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90년대에 유행한 더플코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가 하면, 오래전 오락실을 연상케 하는 복고풍 게임까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총아인 LED TV의 디자인에도 브라운관 TV의 디자인이 도입돼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다.

표지만 보면 영락없는 만화책인 ‘로드러너 만화클럽(곰)’은 90년대 인기 만화를 소재로 여고생들의 성장통을 경쾌하면서도 진지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2006년 단편소설 ‘달팽이’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박주현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언급되는 ‘쿨 핫’, ‘호텔 아프리카’, ‘블루’, ‘인어공주를 위하여’ 등 국내 유명 만화가의 작품들과 ‘엑스(X)’, ‘캠퍼스 블루스’, ‘슬램덩크’, ‘월광천녀’, ‘란마 1/2’ 등 일본 유명 만화들에 얽힌 다양한 사건들은 마치 영화의 OST처럼 소설을 풍성하게 만든다. 작가는 90년대 만화와 얽힌 당대의 다양한 사회ㆍ문화 기사들을 소설 내에 삽입해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에게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방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90년대 인기 만화를 집대성해 실감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소설 내의 공간인 ‘불광동’은 소설에 생생함을 더한다.

사춘기 시절에 ‘윙크’, ‘코믹 챔프’, ‘점프’의 다음 호를 손꼽아 기다리고, 완결된 만화책을 몰아서 탐독한 경험을 가진 독자라면 책장 너머에서 밀려오는 아련한 감정이 적지 않을 것이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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