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 포럼 - 이관희> 검 · 경 갈등 ‘호송 · 인치 MOU ’로 풀어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가끔 언론을 장식한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사실상 중단시킨 뒤 사건을 가져가거나, 영장을 불청구해서 수사를 방해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상당수가 검찰 고위 관계자와 관련된 사건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수사권, 수사지휘권과 영장청구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말이 갈등이지, 검찰의 뜻에 따라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갈등 상황조차 이럴진대, 일반적인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경찰을 손발처럼 마음대로 움직이는 경우는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피의자 호송제도는 경찰관들의 자존심을 완전히 꺾어 놓는다. 검사실에서 전화 한 통만 걸려오면 경찰은 자기 일을 제쳐두고 달려가 검사가 수사하는 사건의 피의자를 데려와야 한다. 경찰이 수배자를 검거하면 수배한 검찰청이 아무리 멀더라도 직접 데려다 줘야 한다. 이처럼 경찰이 검사 심부름을 하는 것 같은 호송제도가 수십년간 이어져 왔다.

2005년 ‘강릉 사건’으로 호송제도에 대한 논란이 촉발됐다. 그해 11월 강릉경찰서 상황실장 A 경정이 ‘당직 경찰관을 강릉지청으로 보내서 긴급체포 피의자를 경찰서로 호송해 유치장에 구금하라’는 검사의 전화를 받고도 ‘정식 공문을 보내라’며 거부한 것이다.

검찰은 A 경정을 직무유기죄 등으로 기소했고, 2009년 4월 대법원은 A 경정에게 징역 4월의 선고유예를 확정했다. 이 판례는 호송ㆍ인치도 검사가 경찰을 지휘할 수 있는 ‘수사’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명시했고, 호송ㆍ인치 지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경찰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명문 규정으로 이 문제를 못 박으려고 시도했다. 2011년 수사지휘에 관한 대통령령을 제정할 당시, 검사사건 피의자의 호송은 경찰이 맡는다는 내용을 넣으려 한 것이다. 경찰은 이에 반발했고, 중재에 나선 국무조정실은 2012년 상반기까지 양 기관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인력ㆍ장비 부족을 주장하며 계속 경찰에서 모든 피의자를 호송해야 한다고 하지만, 경찰도 별도의 호송 인력은 없다. 오히려 경찰은 본연의 업무를 미뤄두고 검사사건 피의자를 호송하는 것이 민생치안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현재의 검찰 인력은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과거처럼 피의자 호송을 검찰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적당히 경찰에게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피의자 한 사람을 잘못 관리하면 사회가 얼마나 불안해지는지 그동안 수차례 경험한 만큼, 이번에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속한 MOU 체결을 위해 국무조정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시점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호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검찰이 직접 수사하거나 수배한 피의자를 스스로 책임지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경찰도 검사의 심부름에서 벗어나 자부심을 갖고 치안활동에 전념할 수 있고, 그동안 쌓여왔던 검ㆍ경 갈등을 풀어 나갈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관희 경찰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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