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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김한길 대표의 정치혁신, 지켜보겠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이념 성향이 온건ㆍ중도라는 게 정치권 평가다. 또 기획통, 전략가, 협상가로서의 면모도 강하다. 김대중ㆍ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기획을 총괄해 정권창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해 5ㆍ4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뒤 “원칙 없는 포퓰리즘, 과거의 낡은 사고에 갇힌 교조주의와 과감한 결별에 나설 것”이라고 외칠 때만 해도 김 대표의 합리적 성향이 뚜렷이 드러났다. 실제 중도 노선을 강조한 새 정강ㆍ정책도 채택했다. 이념보다는 민생, 대결보다는 타협에 방점을 두겠다는 당 운영 방침에 거는 정치권 안팎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실전에 들어간 김 대표의 모습은 크게 달랐다. 취임 후 100일 넘게 천막당사를 오가며 길거리 정치를 했다. 때마침 불거진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초강경 카드로 대응하면서 여야 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파문, 대선불복 논란 등 끝없는 갈등과 반목을 거듭해 왔다. 김 대표가 합리적 전략가의 이미지를 버리고 투쟁가로 나선 결과는 어떤가. 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원내 의석 127석의 거대 야당이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에 크게 밀리는 것은 물론 아직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에 2위 자리마저 내주었다. 최근 갤럽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13%대로 안철수 신당(3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런 김 대표가 다시 무대 전면에 나섰다. 그는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낙제점을 주었다. 그는 민주당의 현 주소를 ‘백척간두(百尺竿頭)’라고 표현하며 북한인권법 수용, 비방과 막말 금지, 상향식 개혁공천, 민생 최우선, 고품격 고효율 정치를 내세우며 환골탈태하겠다고 약속했다. ‘제2창당’의 각오로 낡은 사고와 행동양식에서 벗어나 정치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다짐을 국민 앞에서 한 것이다.

물론 김 대표의 이 같은 천명은 6ㆍ4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문제는 김 대표와 민주당의 이후 행보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느냐다. 김 대표가 두려워할 대상은 안철수 신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민생, 경제, 안보 등 핵심 현안에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유능하고 생산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때 국민들은 비로소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김 대표는 한 때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이번 김 대표의 약속이 한낱 공허한 픽션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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