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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골목대탐방, "서촌에 가면 볼 수 있는 다섯가지"

경복궁의 북쪽에 북촌이 있는 것처럼 서쪽엔 서촌이 있다. 세종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도심(광화문)과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고즈넉한 옛 마을의 정취가 살아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작은 골목과 옛 한옥의 정취, 마을 사람들과 이곳을 사랑한 예술의 애정이 묻어있는 이곳은 이상, 박남준, 박노수 같은 예술인들이 실제로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는 인왕산 끝자락에 위치했던 옥인시민아파트가 철거되면서 옛 수성동 계곡이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냈다.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윤동주 시인의 언덕(청운공원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의 시작과 마지막인 수성동 계곡은 09번 마을버스의 종점에서 내리면 곧바로 올라가 볼 수 있다.

수성동 계곡은 말 그대로 ‘명화속 산책’이 어울리는 곳이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중에 한 사람인 겸재 정선이 직접 풍경화를 그렸을 만큼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 계곡 입구에는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 ‘장동팔경첩’ 중 ‘수성동’을 실제 계곡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인왕산의 가파른 산새를 올려다보며 복원된 기린교에 오르면 아래로 보이는 대도시 서울의 휘황한 풍경과 인왕산의 깊은 계곡이 어우러져 절경을 만들어낸다. 

수성동 자락의 아래로 펼쳐진 세종마을은 명물이 많다. 이미 명소가 된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는 소박하지만 정다운 맛과 멋으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고, 액세서리나 소품을 만드는 작은 공방들이 자리잡고 있는 골목의 어귀에 접어들면 작지만 개성있는 밥집과 카페, 포근한 느낌을 주는 선술집이 어우러져 특별한 정취를 자아낸다. 

특히 수성동계곡으로 올라가는 옥인6길의 자락에는 현재 미술관으로 준비중인 한국화가 남정 박노수 선생의 가옥이 있다. 원래 이 집은 조선 후기 문인이었고, 친일파로 변절하기도 한 윤덕영 시인이 딸을 위해 지은 것이었는데, 건축 양식이 뛰어나 문화재 자료1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이 건물이 미술관으로 변모해 시민들을 맞이하게 된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이 근방은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이 있던 곳이자, 화가 이중섭의 집이 있던 곳이기도 한데, 정확한 표지판이 없어 조금 아쉽다. 수성동 계곡을 향해 가는 오르막에는 아주 작은 갤러리이자 한옥의 멋을 간직한 게스트 하우스인 서촌재와 티벳의 각종 희귀한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느 티벳 박물관도 있어서, 발길을 붙잡는다. 

수성동 계곡의 입구이자, 종로 09번 마을버스 종점에 다다르면 산에서 내려오는 이들과 이제 막 계곡을 오르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넓은 창의 핸드 드립 커피하우스를 만날 수 있다. 

‘구석지다’는 경상도 방언, ‘구팅이’에서 모티브를 찾았다는 ‘굿띵커피’는 사람 좋은 미소를 가진 젊은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사람의 손맛이 담긴 구수한 커피가 정감있다. 바리스타의 정감 어린 드립커피와 주인장의 고향인 지리산에서 직접 공수한 ‘적송차’의 솔향이 특색 있다. 이미 서촌을 찾는 골목 여행자들에겐 수성동 계곡으로 오르기 전 한숨 쉬어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종로 09번 지선버스를 타면 불과 30분 안에 광화문과 시청까지 서울의 도심과 연결되는 수성동 계곡. 바쁜 삶의 한복판에서 휴식과 평화를 찾는 이들에게 이곳은 짧고 즐거운 여행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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