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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방정부 파산제 도입할 때 됐다
한때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시는 지난해 7월 180억달러(약 19조원)의 빚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디트로이트시는 이후 연방법원의 파산보호 승인에 따라 자산매각, 인원감축, 공무원과 퇴직자의 연금축소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 조치를 통해 회생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일이 우리 지방정부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결론적으로 파산은 없었을 것이다. 정치권과 지역 주민 정서가 절대 파산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이렇다보니 지방자치단체는 항상 세입보다 세출이 월등히 많게 되고 그 차액을 중앙정부에 요구한다. 지방의 호화청사, 경제성 없는 경전철, 빚만 남기는 국제행사 등이 남발되는 이유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파산 제도의 도입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100조원을 넘어선 지자체 부채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부채와의 전쟁이라도 치러야 한다는 황 대표의 외침은 호소력이 크다.

지방정부의 빚은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일차적인 책임은 도시공사 또는 도시개발공사를 내세워 전시성ㆍ선심성 사업을 남발한 단체장들에게 있다. 용인도시공사의 경우 역북 개발사업에 무려 40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매각된 토지는 1000억원대에 불과하다. 이런 부실사업들이 쌓여 전국 388개 지방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2조5000억원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증가 속도가 더 문제다. 6년 만에 두 배, 3년 만에 45%나 늘었다.

지방정부가 ‘F1(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처럼 감당할 수 없는 스포츠 빅 이벤트를 유치해 국고를 낭비하는 것도 큰 문제다. 최근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국고 지원 요구가 20억원 이상이며 총사업비가 100억원 이상’인 국제경기를 정부가 승인할 경우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은 지방정부 파산제도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일반기업과 같을 수는 없어 대체로 청산보다는 재정상 자율권을 대폭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한국은 현재 지방재정법상 사전경보시스템에 따라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높은 부산 대구 인천 같은 지자체들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단체장에게만 부채관리를 맡길 단계는 지났다. 재정위기에 이른 단체에 대해 세입ㆍ세출 관리를 강화하고 행정ㆍ복지서비스를 감축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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