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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삼성 ‘열린 채용’ 부작용도 잘 살펴야
삼성그룹 새 신입사원 공채안은 ‘준비된 인재 찾기’로 요약할 수 있다. 직무와 무관한 보여주기식 스펙보다는 철저히 직무 관련 경험과 능력 위주로 젊은 인재들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서류전형을 부활하되 총ㆍ학장 추천을 받은 지원자는 이를 면제해주는 내용도 있다. 삼성의 이번 조치는 졸업자만 양산해 입사 후 실무 적응 교육을 다시 해야 하는 우리 대학 교육의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환영할 만하다. 채용인원 중 지방대 35%, 저소득층 5% 채용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고,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의존도를 낮춘 것도 의미가 있다.

삼성의 인재 선발 방식이 주목되는 것은 그 기준이 대한민국 표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삼성이 간과해선 안 될 사안도 적지 않다. 특히 개선안 발표 후 대학생들의 반응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악의 청년실업 시대에 취업 준비생들은 자칫 취업난이 더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직무 관련 전문성을 대학에서 확보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삼성이 소프트웨어 인력은 인문과 이공 통섭형 인재를 뽑겠다고 한 데 대해 이들은 “20대 초ㆍ중반의 학부생이 어떻게 그런 능력을…”, “사실상 스펙 중 최고 스펙을 쌓으라는 말”이라는 댓글로 허탈함과 자괴감을 표시한다.

사교육 시장 과열을 우려해 서류전형 실시로 SSAT 응시자를 줄이겠다는 안에는 “그나마 (서류전형 없이) 이 시험을 치를 수 있어 누구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하며 아쉬워한다. 이 밖에도 “그러니까 스펙하고 전문성하고 둘 다 쌓으라는 얘기군”, “대학 총장님 삼성 채용자 합격률 경쟁하느라 바빠지겠어요” 같은 하소연과 불만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비난하고 우려하면서도 이들은 정작 돌아서면 삼성 입사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래서 취업준비생들이 원하는 것은 ‘기회’다. 인문계 학생이 중장비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이런 스펙은 무시해선 안 된다. 그 나름 치열하고 간절한 삶의 일부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이 채용은 까다롭게 하더라도,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더 많이 뽑아주길 바란다.

이제 공은 대학으로 넘어갔다. 기업들이 원하는 ‘직무형 스펙’ 축적이 가능한 현장형 교육 시스템으로 커리큘럼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산ㆍ학협동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논문 건수 위주의 교수평가 기준도 손질도 필요하다. 특히 명확한 원칙 하에 학생 추천 시스템을 만들고 투명하게 운용해야 한다. 이것이 삼성이 진짜 원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청년의 사회진입을 앞당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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