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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마도 ‘관상’ 본다…“혈통 다음 중요한 게 외모”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지난해 말 개봉한 송강호 주연의 영화 ‘관상’이 뜨거운 인기몰이를 했다. 한 천재관상가가 수양대군의 역모를 알게 되고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사람 뿐 아니라 말도 생김새를 보고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판별해 왔다. 이를 상마(相馬)라고 한다. 지금처럼 말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있지 않은 과거엔 생김새만으로 말의 능력을 파악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기술이었다.

역사적으로 상마를 잘 했던 인물로는 중국 춘추시대에 살았던 백락을 꼽을 수 있다.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성어로도 유명하다. ‘명마도 백락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라는 말로, 뛰어난 인재라 할지라도 그 인재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야만 비로소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백락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 마시장에서 그가 무심코 돌아보는 말이 있을 경우 그 말의 가치는 십 수배까지 치솟을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도 좋은 말을 고를 때 혈통 다음으로 중요시되는 것이 말의 외모다. 한국마사회의 말혈통등록 홈페이지에는 좋은 말의 외모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체형은 균형과 대칭성이 있어야 하고 ▷콧구멍은 넓고 커야 하며 ▷가슴은 두껍고 등은 짧고 엉덩이는 둥그스름해야 한다는 등이다. 


경마경기에 출전하는 여러 경주마들 중 숨은 능력을 찾아내는 것도 상마의 하나다. 한국마사회 경마정보 홈페이지에는 ‘예시장에서 말보는 법’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경주마의 털에 윤기가 나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 ▷눈은 맑고 빛이 나며 생동감이 있어야 한다 ▷목에 힘을 주지 않고 재갈을 가볍게 물고 힘차게 걷는다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겨울에는 땀을 적게 흘리는 말을 경계하라 등이다.

하지만 외모는 어디까지나 외모일 뿐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볼품없는 외모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경주마도 많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주마는 미국 대공황 시절이던 1930년대 경주마로 데뷔해 활약했던 ‘시비스킷’(Seabiscuit)이다. ‘시비스킷’은 구부정한 다리에 왜소한 몸집을 가졌지만 당대 최고의 경주마로 이름을 날렸다. 89전 33승, 2위 15회를 기록했으며 13개 경주거리에서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국내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 초기에 활약했던 경주마 ‘루나’는 선천적인 장애로 인해 역대 최저가인 970만원에 낙찰됐다. ‘절름발이 경주마’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주에 나서면 거짓말처럼 놀라운 능력을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루나’는 2005년, 2006년 경상남도지사배와 2007년 KRA컵 마일, 2008년 오너스컵 등 매년 억대의 상금이 걸린 큰 대회를 석권했다. 그렇게 해서 거둔 상금은 무려 7억2000만원. 몸값의 74배에 달하는 액수다. 2011년엔 루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차태현 주연의 영화 ‘챔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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