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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물 속에 번진 외로운 도시...박지은 ‘리틀톡 홍콩’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버스를 타고가다 습기가 번진 희뿌연 창을 닦아낸듯 하다. 불투명한 창 밖으로 빼꼼히 보이는 도시의 풍경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을 품고 있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 그러나 스멀스멀 몰려오는 외로움의 이유는 저 풍광속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빌딩 속으로 숨어버린 사람들은 다들 바쁘고, 무관심하니까.

한지에 먹과 잉크로 도시의 모습을 담은 박지은 작가의 시원한 붓선에선 작가가 여행하다 만난 도시에서 받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먹과 한지라는 전통재료로 이국적 도시풍경을 표현하는 방식을 통해 재료와 주제의 대조를 이뤘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가슴 벅차지만 빌딩에서 느껴지는 무미건조함을 달래기는 역부족이다. 카톡으로, 메신저로, 문자메시지로 타인과 교류는 쉬워졌으나, 정작 대화는 더 짧고 간결해진 늘 바쁘기만한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화려한 외관속 외로운 도시의 이면을 잡아낸 박 작가의 그림은 강남구 오페라갤러리에서 2월 23일까지 만날 수 있다. 

박지은 ‘Little talk-Hong Kong’ 한지에 먹,아크릴, 60.7×72㎝, 2013. [사진제공=오페라갤러리]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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