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귀환했다.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ㆍ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2014 유럽쇼트트랙선수권대회 4관왕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그의 바람대로 세계 쇼트트랙 무대에 ‘황제 안현수’가 살아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러시아로 귀화한 그는 다음달 안방 무대에서 열리는 소치올림픽에서도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안현수는 20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4 유럽선수권대회 남자 1000m와 3000m 슈퍼파이널, 5000m 계주 등 이날 걸린 3개의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이로써 안현수는 전날 남자 500m 금메달까지 포함해 4관왕에 오르며 종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1000m 결승에서 1분24초940의 기록으로 엘리스트라토프(1분25초215)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 안현수는 상위 9명의 선수가 출전한 3000m 슈퍼파이널에서도 4분47초462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어진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결승선 2바퀴를 남기고 마지막 주자로 나서 선두 네덜란드를 제치는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궜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3관왕, 2003~2007년 세계선수권 5연패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안현수는 소치올림픽을 통해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다. 토리노에서 안현수는 500m(동메달)만 제외하고 전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 선수가 올림픽 쇼트트랙 전 종목 시상대에 오른 것은 안현수가 유일무이하다. 8년 간의 절치부심을 거쳐 다시 2006년의 영광을 재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체력은 당시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역대 최고로 손꼽히는 스케이팅 기술은 더 날카로워졌다는 분석이다. 체력이나 레이스 운영 능력보다 테크닉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500m에서 올시즌 두차례나 월드컵 금메달 획득한 것으로도 이를 증명한다. 주종목인 중장거리에선 더욱 노련해졌다. 레이스 초반 중하위권에서 경쟁자들을 탐색한 뒤 막판 2~3바퀴를 남기고 순간 스피드로 과감하게 인코스를 파고들어 상대를 제치는 스케이팅 기술은 쇼트트랙 팬들의 가슴을 터지게 만든다. 인코스가 여의치 않을 경우엔 아웃코스에서 폭발적인 질주로 기어이 우승을 차지, 경쟁국들을 질리게 만든다.
토리노올림픽 당시 안현수를 따돌리고 500m 금메달을 목에 건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안현수는 기술과 스케이팅 방법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트트랙 선수다. 정말 어메이징하다”고 극찬했다. ‘쇼트트랙 여왕’ 전이경을 비롯한 국내 모든 지도자들 역시 역대 최고의 스케이팅 기술로 안현수를 꼽는다. 하지만 이번엔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나온다. 한국 국가대표들이 넘어서야 할 최대 난적이 됐다. 반면 동계 스포츠 강국임에도 아직 단 하나의 쇼트트랙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러시아로선 ‘영웅’ 빅토르 안에 가장 큰 기대를 건다.
안현수는 “이번 올림픽은 마치 생애 첫 경기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처럼 특별한 감정이 든다”며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시 발휘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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