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미국의 일간지 타임(Time)과 시사잡지 ‘애틀랜틱(The Atlantic)’에 교육 칼럼을 기고해온 아만다 리플리는 지난 2010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ㆍ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의 결과를 분석한 표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포함 전 세계 65개국 만 15세 학생 51만 명이 참가한 이 평가의 분석표에 따르면 2009년 미국 학생들은 수학 26위, 과학 17위, 읽기ㆍ독해 1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세계 2위였다.
리플리는 미국 교육의 현실을 인식한 이후 공부로 세계 1등을 하는 나라들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장장 3년에 걸친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리플리는 전 세계 교육 강국을 직접 방문해 400여 명의 교육 관계자를 만나고, 교환학생을 상대로 숱한 인터뷰와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부키)’는 이 같은 방대한 자료 조사와 여러 나라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 중인 학생들의 생생한 체험을 배합한 심층 취재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세계 최대 온라인서점인 아마존에서 23주 동안 베스트셀러로 오르고, 뉴욕타임스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오르며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은 미국과 한국, 핀란드, 폴란드의 교육 현실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한국 독자들에게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평범한 학생과 교육 전문가의 눈에 비친 한국 교육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잠에서 깨어났다. 10분밖에 되지 않는 쉬는 시간은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여학생들은 책상 위에 앉거나 뒤집어 놓은 쓰레기통 위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전화로 문자를 주고받았다. 남학생 몇몇은 연필로 책상을 드럼처럼 때리며 놀았다. 다들 교실이 자기 집 거실이나 되는 것처럼 묘하게 편안해 보였다. 다음 시간은 과학이었다. 다시 한 번 학급의 3분의 1은 잠을 잤다. 거의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었다. 수업 시간에 저렇게 맨날 자면서 한국 아이들은 어떻게 그런 기록적인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에릭은 선생님이 들고 있던 등긁이의 용도를 알게 됐다. 그건 한국식 자명종이었다.”(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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