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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한지숙> 아프리카 외교전쟁…한국은 어디에?
작년 가을 일본 도쿄 롯폰기에 있는 대형 서점을 들를 기회가 있었다. 매장 입구 바로 앞 가장 눈길 끄는 코너를 크게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아프리카’ 관련 책들이었다. 정치, 사회, 경제, 역사, 문화, 여행, 사진집까지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다양한 도서 묶음이 도쿄 시민의 발길을 붙들고 있었다. 작년 6월 일본이 아프리카 51개국 정상을 요코하마에 불러 4년간 아프리카에 3조2000억엔 지원을 약속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신년 들어 일본 사회의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을 터다. 연초부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 총리로선 8년 만에 처음으로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여론 조성이란 정치외교적 목표는 차치하고, 일본의 경제적 노림수는 막대한 정부개발원조(ODA)를 통한 자원개발 협력과, 일본 기업 진출을 위한 시장 선점으로 요약된다. 모잠비크에선 5년간 700억엔(7131억원) ODA를 제공하기로 하고, 액화천연가스(LNG)나 석탄 등 자원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코트디부아르에선 피난민 지원금 8417만달러(895억원)를, 에티오피아에선 지열발전소 건설 사업 차관 제공과 난민대책을 위해 1160만달러(123억원)를 내놓기로 했다. 정부 지원을 날개 달아 엔저 효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자동차 등 일본 상품이 아프리카로 진출 속도를 높일 게 뻔하다.

중국의 아프리카 구애 또한 연초부터 가열됐다. 왕이 외교부장(장관)은 새해 첫 순방지로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했다. 매년 1월 중국 외교부장이 아프리카를 순방하는 것은 올해로 벌써 24년째 이어지는 전통이다. 이번엔 아베 총리의 순방 일정과 겹치면서 아프리카를 두고 삼각관계가 그려졌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아프리카 진출을 서둘러왔다. 아프리카에선 도로ㆍ다리ㆍ철도ㆍ병원ㆍ학교 등 인프라 건설에서 중국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나라를 찾기 어렵다. 이주 초기 범죄자도 상당수 포함된 중국 건설 노동자들의 나쁜 행실과 잇단 부실 공사로 인해 아프리카 내부에선 중국인 혐오증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중국의 아프리카 무역액은 1999년 65억달러에서 2012년 2000억달러 규모로 폭발했다.

아프리카를 흔히 지구 상에 마지막 남은 성장동력이라고 수식한다. 천연자원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인도를 앞지르는 거대한 신흥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란 시장 전망 보고서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정부 출범 1년이 넘은 현재까지 아프리카 외교에 관한 구체적인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모잠비크와 우간다 정상이 우리와의 수교를 기념해 청와대를 예방했을 뿐 이 자리가 자원개발 등 경제협력으로 이어졌단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원전비리와 2조원대 손실을 남겼던 전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 트라우마에 갇힌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로 인해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현지에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와 투자 적기까지 잃어버릴까 걱정이 앞선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한 번쯤 대통령이 아프리카에 와서 힘을 실어주길 바랄 것이다.

한지숙 국제팀 차장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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