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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권오준 · 황창규에 거는 기대

“공부하겠다. (경영능력을) 닦아 나가겠다.”

권오준 포스코 차기 회장이 내정 후 첫 출근길인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답한 말을 전해듣고 “잠을 잘 못자고 있다”는 다른 회사 회장 내정자의 말이 떠올랐다. 정확히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16일 KT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된 황창규 내정자가 이틀 뒤 기자들과 만나 던진 첫 마디다.

거창한 포부보다 경영을 잘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열심히 공부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신중함과 겸손함, 밤잠을 설칠 정도로 각오를 다지는 모습은 포스코와 KT의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두 기업은 오래전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했음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수난을 겪었다. 그런 와중에 포스코는 사업 다각화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수년째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추락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부채도 크게 늘었다.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안전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KT도 비대한 조직의 관료주의가 여전한 가운데 매출, 영업이익 등 경영지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낙하산 인사 등으로 조장된 내부 갈등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조직 안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구ㆍ개발에 천착해온 두 ‘기술통’ 차기 CEO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남다르다. 포스코와 KT 직원은 물론 국민들도 5년마다 재연되는 CEO 단절의 악순환을 끊고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

권 내정자와 황 내정자는 공통점이 많다. 각각 포스코와 삼성전자에서 대표 기술의 개발을 주도했다. 권 내정자는 환경친화적이고 쇳물 제조원가가 낮은 포스코의 핵심 기술 ‘파이넥스 공법’ 상용화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황 내정자는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 개발에 성공해 삼성의 반도체 1위 신화를 이끌었다. 그는 메모리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주창한 후 이에 걸맞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자신의 이론을 입증했다.

두 CEO는 성품은 조용하지만 열정과 집요함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점도 닮았다. 권 내정자는 2년 전 전립선 수술을 받은 후 이틀 만에 출장을 갔다고 한다. 황 내정자도 국가 연구ㆍ개발(R&D) 전략기획단장 시절 기자들에게 ‘생쥐가 미로를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란 질문을 던진 후 “미로 벽을 직선으로 갉아먹으면서 가면 된다”고 스스로 답을 냈다. 강력한 추진력이 엿보인다.

물론 약점도 있다. 권 내정자는 경영을 제대로 해본 경험이 없다. 황 내정자는 반도체는 최고의 전문가지만 통신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이 두 공룡기업의 사령탑에 오른 후에도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겸손과 열정의 초심을 간직한다면 포스코와 KT의 중흥을 일궈낼 것이라고 믿는다. 두 차기 회장에게 정채봉 시인의 ‘첫마음’이라는 시를 들려주고 싶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 1년을 산다면, / ~~ / 첫 출근하는 날, /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 ~~ /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박승윤 산업부장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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