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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에도… 이번에는…
소치동계올림픽 달굴 라이벌들
선의의 경쟁으로 상승효과 기대

김연아-마오 10년째 이어온 맞수
그들의 마지막 대결 전세계가 주목

모태범-샤니 데이비스
이승훈-스벤 크라머

빙판위 최고 사나이들의 경쟁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37일 앞둔 1994년 1월 6일. 미국 피겨스케이팅의 떠오르는 스타 낸시 캐리건은 연습을 끝내고 탈의실로 이동하고 있었다. 순간 난입한 괴한이 캐리건의 무릎을 몽둥이로 내리쳤다. 캐리건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결국 올림픽 직전에 열린 전미선수권 출전을 포기했다. 괴한의 정체는 그의 라이벌인 토냐 하딩의 전 남편. 올림픽을 앞두고 라이벌인 캐리건을 청부 폭행한 것이다. 하딩은 미국스케이트연맹에서 영구제명됐고 이 사건은 동계올림픽 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됐다.

라이벌. 스포츠에서 맞수의 존재는 각별하다. 20년 전의 캐리건-하딩처럼 서로에게 독이 되는 악연도 있지만 대부분의 라이벌들은 선의의 경쟁으로 무한한 상승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16일 앞으로 다가온 소치동계올림픽서도 뜨거운 라이벌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올림픽을 더욱 흥미롭게 달굴 각 종목 맞수들을 살펴보자.

▶김연아 vs 아사다 마오=주니어 시절부터 10년 째 ‘라이벌’의 수식어가 붙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특수관계, 1990년생 동갑내기,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 매력적인 스타성까지 공유하며 세계 피겨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상대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서로에게 동기부여와 자극이 됐음을 인정했다. 이들의 라이벌전은 소치에서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이제까지 성인 무대 상대전적은 김연아가 8승4패로 앞서 있다.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반면 아사다 마오는 자신의 최고점(205.50점)은 기록했지만 김연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쳤다. 소치올림픽에서도 여전히 김연아가 앞서 있다. 김연아는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루프 콤비네이션(기본점 10.10점),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악셀(기본점 8.5점)을 주무기로 마지막 라이벌전을 준비 중이다.

▶모태범 vs 샤니 데이비스=‘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32·미국)는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의 1인자다. 2006년 토리노에서 흑인 최초로 동계 올림픽 개인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소치에선 사상 첫 올림픽 남자 1000m 3연패 위업을 꿈꾸고 있다. 1000m와 1500m 세계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남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모태범(25)이다. 모태범은 밴쿠버 1000m에서 데이비스에 밀려 은메달에 그친 한을 풀겠다며 정면승부에 나섰다. 모태범은 직선 주행, 데이비스는 코너링이 강점이다. 모태범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초반 200m 구간을 빠르게 통과한 뒤 600m에서 앞선 채 마지막 바퀴만 잘 버티면 승산이 있다. 그 체력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욕심을 내비쳤다.

▶이상화 vs 예니 볼프=사실 이상화(25)의 맞수는 없다. 지난해 세계 신기록을 4번이나 갈아치우며 7연속 월드컵 금메달을 따냈다. ‘빙속 여제’의 금메달은 이미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년 전 상황은 정반대였다. 예니 볼프(35·독일)라는 큰 벽이 존재했다. 이상화는 ‘추격자’였다. 볼프는 2006년부터 여자 500m 세계랭킹 1위를 군림해 왔다. 하지만 밴쿠버에서 이상화는 전세계를 놀라게 한 폭발적인 질주로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로 밀려난 볼프는 깨끗하게 패배를 시인했다. 볼프는 35살의 노장임에도 특유의 치고 나가는 힘과 노련미가 여전히 압도적이다. 이 종목 세계기록(36초36) 보유자인 이상화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빅토르 안 vs 찰스 해믈린=한국 남자 쇼트트랙에서 이렇다할 에이스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소치올림픽 쇼트트랙은 안방에서 ‘제2의 신화’를 준비 중인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과 정상의 자리를 지키려는 찰스 해믈린(30·캐나다)의 대결로 좁혀졌다. 단거리 주자로만 알려져 있던 해믈린은 2013-2014 시즌 1000m와 1500m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500m에서는 빅토르 안에 이어 2위다. 내심 전관왕을 노리고 있다. 이를 저지할 선수는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이다. 2006 토리노 대회서 3관왕을 달성한 빅토르 안은 서른의 나이에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이승훈 vs 스벤 크라머=4년 전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1만m에서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는 가장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5000m 금메달에 이어 2관왕의 기쁨을 누리려는 순간, ‘실격’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코치의 사인 실수로 레인 교차 규정을 위반한 그는 고글을 집어 던졌다. 4.05초 뒤진 기록을 가지고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던 이승훈이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4년 전과 같은 뼈아픈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크라머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이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승훈도 기록을 가파르게 단축시키며 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변수가 많은 올림픽 무대에서 이승훈의 메달이 더 이상 ‘기적’만은 아니다. ‘빙속 황제’ 크라머의 명예회복과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이승훈의 재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범자 기자ㆍ오수정 인턴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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