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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테이퍼링, 한국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다
미국이 작년 말 시작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이어가면서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자국 경제가 살아난다며, 경기 회복을 위해 방출하는 자금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자 신흥국에 소용돌이가 일었다.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국가들은 빠져나가는 외자를 붙잡기 위해 앞다퉈 금리를 인상했다. 미국발 금융시장의 불길은 브라질, 폴란드 등 다른 신흥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국 경제도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속절없이 당했지만 그때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큰 혼란없이 넘겼다. 외환보유고를 확충하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한 덕분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 침체 여파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경쟁력이 약한 부실기업들은 퇴출되거나 구조조정을 면치 못했다. 신흥국 시장 불안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리면 부채가 많거나 자금 흐름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나 기업이 제대로 대처한다면 미국의 테이퍼링은 한국 경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취약한 신흥국들과 차별화된 건전성을 유지한다면 다시 한 번 도약하는 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양적 완화 축소는 미국 정부가 경제 회복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주는 조치이다. 1월 중 제조업지수가 뚝 떨어져 아직 미국 실물경기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지만 국제통화기금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9%에서 올해는 2.8%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한국의 총수출증가율이 2.1%포인트 늘어나 성장률을 0.4%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여기엔 전제가 있다. 신흥국의 경제 위기가 우리 경제에 파급되지 않도록 정부가 금융ㆍ외환시장의 방어막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첫째다. 외환보유고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주요국들과 통화 스와프 등을 통해 비상시 안전장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방어에 치중해야 하지만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글로벌 경기가 꿈틀거리고 있는 지금이 기업들엔 흥망의 분기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글로벌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흐름을 제대로 읽고 신사업이나 품질 향상에 과감하게 투자해 성장동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대기업 총수들은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위기론을 거론하며 혁신과 체질 개선을 외쳤다. 혁신의 첫 걸음은 신기술 확보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결단성 있는 투자다. 기업들이 보유 현금을 단기 금융상품에 넣고 이자 따먹기만 즐기다가는 어느 순간 경쟁사들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여력이 적은 중견기업들은 부채 축소 등 재무건전성을 강화해야겠지만 한편으로 제품 차별화와 해외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시장 개척에 더 매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이 먹구름으로 뒤덮인 글로벌 시장에서 구름을 뚫고 승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박승윤 산업부장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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