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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역사범 작년 3만 3400명
2013병역비리 대검 자료 분석
신종수법 적발 전년보다 29%↑
특사경 집중단속도 큰 효과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서운 건 ‘정서법’이다. 용서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 정점에 ‘병역비리(기피)’가 있다. 본인이든 자식이든 걸리면 끝이다. 대통령의 꿈도 날아가고, 유명 스타도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10년 넘게 한국땅에 발도 못 붙이기도 한다.
이상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요즘 들어 더하다. 수법도 날로 진화한다. 병무청도 가만있지 않았다. 적발 수단 역시 진화하고 있다.
병역사범으로 입건된 사람은 지난해 3만3471명으로 급증했다. 1년 전에 비해 28.96%나 껑충 뛴 수치다. 이는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대검찰청의 ‘2013년 병역사범 처리현황’ 자료에 따른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병역사범으로 입건된 사람은 3만3471명을 기록, 지난 2012년(2만5953명)에 비해 28.96%나 증가해 우려를 자아냈다. 병역사범은 병역법 및 향토예비군설치법을 위반하여 입건된 인원을 의미한다.



지난 2000년까지 감소해오던 병역비리 사범은 사회지도층의 병역비리 등 병역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으로 2003년까지 크게 증가했다가 2004년 이후 감소되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전년에 비해 11% 증가하면서 반등하더니 지난해에는 28.96%나 늘어나면서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병역비리 사범 적발의 증가는 병역비리를 시도하는 사람들의 증가 탓도 있지만 지난 2012년 4월부터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은 병무청에서 병무비리 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하면서부터 생긴 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붙이는 멀미약의 점액물질을 눈에 발라 군면제를 받는 등 신종 수법이 전국에서 적발됨에 따라 병역면탈이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확인신체검사 제도를 도입ㆍ운영하면서 병역비리 사범 적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군 훈련 불참 등 향토예비군 설치법 위반자들의 급증 또한 병역사범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병무청 관계자는 “신종 병역 기피 수단이 생기고 있지만, 병무청 역시 이에 대한 인지와 더불어 비리를 솎아내는 작업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병역비리 수법은 그동안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검찰과 경찰, 병무청 등에 따르면 병역비리 수법은 1960~70년대에는 ‘고령면제’가 대표적이었다. 1980년대는 ‘폐결핵ㆍ간염 등 내과질환 활용’이 주류를 이뤘고, 1990년대는 ‘유학 뒤 영주권ㆍ산업요원 악용’ 수법이 활개 쳤다. 2000년대는 ‘특이질병 가장’ 등의 수법이 대표적으로 활용됐다. 특히 2000년대에는 사구체신염, 괄약근에 일시적으로 힘을 줘 본태성 고혈압을 가장하는 수법, 무릎관절 및 어깨 탈구, 환자 바꿔치기 등 여러 가지 수법들이 사용돼 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가 2010년대에는 멀미약을 이용한 신종 속임수가 등장하기까지 한 것이다.
병무청 다른 관계자는 “병역비리의 수법을 보면 시대상을 알 수 있다”며 “고도화되고 지능화되는 병역비리 수단이 또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 매년 주목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병역에 대한 특권층의 책임감이 널리 퍼져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병역에 관한 모럴해저드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병역기피 해외미귀국자 관련’ 자료가 공개돼 화제가 됐었다. 자료에 따르면,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해외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는 병역기피대상 의심자는 지난해에만 801명으로, 지난 5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주목되는 것은 이들 병역기피의심 해외미귀국자 중 수도권 주요지역, 강남 3구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에 주소지를 가진 인원은 108명으로, 5개 주요광역시(대전, 대구, 부산, 광주, 울산)를 합한 83명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한편 병역사범에 대한 법집행이 엄격해짐에 따라 재판에 회부되는 비율(구공판율)은 1998년 2.6%에서 2003년 5.8%, 2008년 5.2%, 2011년 7.2%로 해마다 크게 증가해 왔으나 병역비리 사범 전체의 적발이 늘어남에 따라 2012년에는 6.3%, 2013년에는 5.48%로 다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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