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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벌들 이래서야 국민사랑 받겠나
삼성과 CJ 형제그룹 간 유산 소송은 우리 재벌가의 현 주소와 이를 보는 세간의 시각을 여과없이 보여준 좋은 예라 하겠다. 재판 결과를 떠나, 거부(巨富)들의 재산 다툼은 많은 국민에게 괴리감과 허탈감을 안겨줬다. 그렇지 않아도 부자기업들에 대한 감정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당수 국민은 두 형제가(家)의 재판 결과나 극적 화해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낯 뜨거운 싸움이고 모두가 패자일 뿐이다.

재판 이후 반응을 봐도 비판과 우려 일색이다. “이제 그만하고 서민들 위해 주머니 좀 푸시지요”라든가,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도 아니고, 부모 잘 만나 얻은 재산 가지고 이래도 되는 건가요” 같은 힐난성 비난이 대부분이다. “됐고! 당신들 소송하던 뭘 하던 관심 없으니 상속세나 좀 제대로 냅시다”, “변호사 비용으로 수백억원을 썼다는데 그럴 돈 있으면 사회에 더 많이 내놓으라”는 주문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백혈병 사망 직원 가족 얘기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CJ CGV 영화관에 마구 틀어주라며 싸움 붙이기 제안도 있다. “(이번 소송의) 진정한 승자는…소송비로 대박나는 로펌들” 같은 비아냥거리는 글들도 보인다. 한마디로 냉소적이다.

대한민국에서 재벌 혹은 대기업은 대체로 ‘공공의 적’이다. 많은 공에도 불구하고 칭찬보다는 비판과 욕을 더 많이 듣는다. 사회공헌, 투자, 고용 등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은 당연한 의무로 여기고 일감 몰아주기, 무늬뿐인 상생, 편법 상속과 증여 등의 부정적 이슈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른다. 특히 창업주에서 2세, 3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재산 분쟁이나 상속세 회피 등이 국민감정을 자극한다. 재벌가 오너들이 제대로 상속세를 물었다면 벌써 45조원은 걷혔을 것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서민들에게 먹힌다.

블룸버그가 선정한 올해 세계 200대 부자에 이건희 삼성 회장(108위),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194위)이 올랐다. 두 회장 모두 ‘상속형’ 재산가로 분류됐다. 물려받은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두 사람으로서는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사회든 ‘부자의 9할은 그 사회가 제공한 기회 덕분’이라는 얘기가 있다. 한국의 부자들도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많은 혜택을 정부와 사회로부터 받았다. 그에 대한 보답을 국민들은 원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들에 실망하는 것이다. 재벌에 대한 곱지 않은 국민 감정은 업보일 수 있다. 큰 기업들은 국민을 바라보고 다시 뛰길 기대한다. 사랑받는 기업이 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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