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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m 태극기 휘날린다
500m 노메달 아쉬움 달래며
12일밤 1000m 마지막 레이스

모태범, 월드컵 金 그 느낌 다시
이규혁 “내게도 기적이…”

한 남자는 설욕을 꿈꾸고, 다른 한 남자는 감동을 그린다. 러시아 소치에서 펼칠 마지막 드라마. 두 빙속 황제들의 느낌 다른 파이널 레이스가 시작된다.

모태범(25·대한항공)과 이규혁(36·서울시청)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들은 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밤 11시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리는 남자 1000m에 나란히 출격해 노메달에 그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자존심을 세운다. 

설욕을 꿈꾸는 자는 모태범이다. 모태범은 11일 끝난 남자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69로 4위에 그쳤다. 목표했던 올림픽 2연패 꿈은 날아갔다. 1차 레이스에서 1위 얀 스메이컨스(네덜란드·34초59)보다 0.25초 뒤진 34초84의 기록으로 4위에 오른 모태범은 2차 레이스에서 뒤집기를 노렸지만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시상대에도 오르지 못한 모태범은 인터뷰도 거절한 채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모태범의 노메달은 사실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소치에 입성하기 전부터 그의 눈높이는 1000m에 맞춰져 있었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샤니 데이비스(미국)에 0.18초 차로 밀려 은메달에 머문 종목이다. 모태범은 올림픽 개막 한 달 전 “1000m에선 세계선수권 우승도 없고 올림픽 금메달도 없다. 1000m에 맞춰 근지구력 훈련과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예감은 좋다. 지난해 12월 올시즌 마지막 월드컵에서 모태범은 1분9초50로 이 종목 금메달을 땄다. 데이비스는 1분9초59로 3위였다.

모태범이 갖고 있는 1000m 최고 기록은 1분7초26.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데이비스는 1분6초42의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 모태범은 초반 200m에 승부를 건다. 초반 구간을 빠르게 통과하고 여세를 몰아 600m 구간까지 페이스를 이어간 뒤 마지막 400m 한 바퀴를 버티는 전략이다.

‘맏형’ 이규혁은 7304일간 꾸었던 꿈의 대미를 장식한다. 1994년 2월14일 처음 출전한 릴레함메르 올림픽 500m 이후 7304일을 달려 온 레이스. 이제 마지막 결승선에 다다랐다.

이규혁은 500m 경기에서 이미 진한 감동을 줬다. 스스로는 “메달 집착을 버려 홀가분하다”고 했지만 그는 승부사다. 가슴 속엔 언제나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올림픽 메달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다. 이규혁은 500m에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역주를 펼치는 모습으로 국내팬과 네티즌들의 가슴을 뜨겁게 데웠다. 1, 2차 레이스 합계 70초65로 18위. 하지만 4년 전 밴쿠버의 빙판 위에 허망하게 드러누워 가슴을 쳤던 아픔은 없다. “안 되는 걸 알면서 도전하는 게 슬프다”는 눈물의 자책도 없다. 지금의 모태범과 이상화를 있게 한 ‘레전드’의 존재감은 레이스 그 자체만으로도 또 하나의 감동이며 역사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승부사 이규혁은 말한다. “지인들이 요번만큼은 즐기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즐기면서 준비하면 혹 내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을까요?”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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