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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올림픽] ‘불혹의 드라마’ 노장투혼, 소치올림픽 빛낸다
“인생은 뭔가를 포기하기엔 너무 짧다.”

노르웨이의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올레 아이나르 비에른달렌(40)이 2014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스프린트 10km 우승으로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12개), 최초의 40대 금메달리스트가 된 후 남긴 말이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한 소치 동계올림픽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노장들의 약진이다. 스포츠 특성 상 40대는 선수 수명이 끝났다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노장 파워가 빛나고 있다.

시작은 바이애슬론의 ‘살아 있는 전설’ 비에른달렌이다. 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라우라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남자 10km 스프린트에서 24분 33초 5초의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의 40대 금메달리스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비에른달렌은 경기 후 “내 나이가 40대라는 걸 잊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같은 날 스키점프에서는 일본선수 가사이 노리아키(42)의 활약이 있었다. 그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부터 7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가사이는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 라지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었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선 지난 10일 남자 노멀힐 개인 라운드에서 8위를 기록했다. 노장 투혼으로 10위권 안에 드는 쾌거를 이뤘다.

노장투혼의 절정은 루지 경기다. 지난 10일 열린 루지경기에서 러시아의 알베르트 뎀첸코(43)가 3분 28초 002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그의 나이 마흔셋이었다. 뎀첸코는 스키점프의 가사이와 마찬가지로 알베르빌 올림픽부터 7회 연속 올림픽에 나섰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내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선언한 소치 올림픽에서 두 번째 메달을 거머쥐며 ‘불혹의 드라마’를 썼다. 


같은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이탈리아의 아르민 최겔러(40)도 이목을 끌었다. 최겔러는 동·하계 올림픽 통틀어 최다인 6회 연속 메달획득에 성공했다. 최겔러는 3분 29초 797의 기록으로 3위에 올랐다. 그는 1998 나가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소치올림픽을 포함해 세 번의 올림픽에서 세 개의 동메달을 얻었다. 경기 후 금메달리스트 펠릭스 로흐(25·독일)가 최겔러에게 다가가 “당신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며 전설을 향한 예우를 표한 것은 팬들 사이에서 여러 차례 회자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독일 왕족 출신이자 멕시코 스키선수인 후베르투스 폰 호헨로헤는 올해 55세로 여섯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기록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둔다”고 밝힌 그는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끊임없는 도전을 보여주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마흔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 선수로는 이규혁(36)과 신미성(36)이 있다. 이규혁은 아쉽게 11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메달은 따지 못했으나 진정한 올림픽 도전정신을 보여주며 해외 스포츠팬들의 경의를 사고 있다. 대다수의 스포츠 선수들이 은퇴를 준비한다는 나이에 ‘불혹의 드라마’를 쓴 노장들의 투혼이 있기에 더 뜨거운 소치 동계올림픽이다.

조범자 기자ㆍ권재희 인턴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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