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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김학수> 88개국 vs 205개국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TV 심야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선수단 입장식이었다. 경기장 중앙통로에서 각국 선수단이 등장할 때마다 경기장 중앙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진 초대형 세계지도에 해당 국가가 밝게 빛났다. 최첨단 IT기술을 접목해 전 세계의 참가국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려고 노력한 모습이 엿보였다. 세계평화와 인류애 증진을 이념으로 내세운 올림픽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가상공간 속에서 세계지도로 하나됨을 나타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스 선수단을 필두로 시작된 각국 선수단 입장에서 한국은 60번째로 들어왔다. 개최국 러시아는 마지막인 88번째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소치 동계올림픽 참가국은 예전과 같이 유럽과 미주, 아시아 등 지구의 북쪽 국가가 주류를 이루었다. 카리브해의 자메이카, 아프리카의 토고ㆍ퉁가ㆍ짐바브웨 등 몇 개국이 보였지만 열대지방의 더운 나라에서는 대부분 참가하지 않았다. 이는 동계올림픽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자들, 특히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소리를 듣는 동계올림픽은 이번 대회라고 결코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동계올림픽은 고가의 장비와 훈련시설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진국이나 돈이 없는 가난한 선수들은 참가 자체를 꿈꾸기조차 힘들다. 소치 동계올림픽만 해도 러시아가 체첸 등 일부 지역의 정정불안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막강한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며 최첨단 경기장을 지었다. 스키ㆍ봅슬레이 등 전통적인 동계 종목 등은 훈련 과정에서부터 개인적으로 일반인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돈이 들어가 선진국에서조차도 돈 많은 이들이 아니면 쉽게 범접하기가 어렵다. 역대 가장 많은 80여명의 선수단이 출전한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우를 받으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등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도 스키ㆍ아이스하키 등에서는 세계 수준과 큰 격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동계올림픽 메달이 노르웨이ㆍ오스트리아ㆍ미국 등 부자 나라 일색일 수밖에 없는 것은 돈의 위력 때문이다. 스키ㆍ피겨스케이팅ㆍ아이스하키 등 동계올림픽 각 경기장이 부자 나라의 관중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러하다.

동계올림픽이 ‘가진 자’의 대회라면 하계올림픽은 ‘갖지 못한 자’의 대회라고 말할 수 있다.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은 역대 최다인 205개국이 참가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이 모두 망라된 대회였다. 하계올림픽은 전 세계인이 열광하며 올림픽의 이상을 구현하는 지구촌 최대 이벤트다. ‘맨발의 사나이’들이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육상을 비롯해 복싱ㆍ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에서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가 금메달을 획득하며 인간승리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해 많은 지구촌 가족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압축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내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전한 한국. 아직은 확실한 부자 나라에 속하지는 않지만, 한때 하계올림픽에만 주력했다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다투는 국가로 격상된 모습이 금석지감이다.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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