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딸 줄 몰랐어요.”

이미 한 차례 올림픽 금메달을 경험했고, 지난해엔 네 번이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금메달 1순위 후보. 하지만 자타공인 ‘강심장’도 올림픽 2연패가 확정된 그 순간만큼은 손가락을 떨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내 눈자위가 붉게 물들었다.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사진)가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2연패의 금자탑을 세운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상화는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ｍ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가 끝난 뒤에도 눈물이 났다. 그동안 훈련해온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서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월드컵처럼 치르려 했는데 경기장에 나오니 긴장되더라”면서 “1차 레이스에서 다른 선수의 기록이 좋아서 신경쓰이긴 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고 했다.

2차 레이스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경기를 펼친 이상화는 “끝나고 나니 ‘아,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금메달을 딸 줄 몰랐다. 2연패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는데 성공해서 정말 기분좋다. 어떻게 오늘 올림픽 기록을 세우면서 우승했는지 나도 긴가민가하다”며 웃었다.

2연패 비결에 대해선 “올림픽은 아무도 모르는 경기이기 때문에 ‘2연패를 할 것’이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마음을 비우고 나섰다. ‘반짝 금메달’이라는 말이 듣기 싫어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밝혔다.

이상화는 이승훈 등 아직 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한 동료에겐 “내 기를 전해주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덕담을 전한 뒤 “남은 1000m 경기는 축제를 즐기는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 숙소 앞에 바닷가가 있는데 보안이 철통같다. 한 번 내려가 보고 싶다”며 소녀같은 미소를 지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