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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릎도 성치 않은데…상화야, 장하구나”
이상화 500m 2연패하던 날
경기 내내 마음 졸인 어머니
金 확정 순간 참았던 눈물이…
“좋아하는 꽃게탕 먹이고 싶어”

어려운 환경속 헌신적 뒷바라지
이상화도 올림픽 신기록으로 보답

어머니는 막내딸의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맞잡은 두 손을 놓지 않았다. 누구도 딸의 금메달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마음을 졸이며 기도했다. 딸이 얼마나 간절하게 오늘을 준비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고서야 어머니는 지난 4년간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부상과 싸우고, 부담에 맞서 올림픽 2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운 딸의 지난날이 안쓰럽고 자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12일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차 레이스 37초42, 2차 레이스 37초28, 합계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빙속 여제’ 이상화(25ㆍ서울시청)의 서울 전농동 집. “어머니에게 이상화는 어떤 딸이냐”는 질문에 어머니 김인순(53)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장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딸”이라고 답했다. 단지 금메달을 따서가 아니다. 어머니에게 막내딸 상화는 인생의 이유이자, 소중한 보물이기 때문이다. 

▶장한 딸=“상화가 지난 4년간 많은 부담을 느꼈어요. 밴쿠버 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후 세계기록을 연달아 깨버리니까 이번 소치에서도 당연히 2연패를 하리라는 기대를 많이 받았나봐요.”

김 씨는 이상화가 밴쿠버 이후 올림픽 2연패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래 전부터 물이 차 있는 왼쪽 무릎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어머니는 이런 악조건을 견디고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딸이 너무나도 장하다고 말했다.

“상화가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났어요. ‘이제 그만 두는 것도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말을 꺼내보기도 했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상화는 ‘엄마 아빠, 난 괜찮아. 조금만 힘내고 견뎌주세요’라며 오히려 저희를 위로하고 다독여줬어요.”

경기 당일 전화통화에서도 이상화는 “잠을 푹 잤으니 괜찮다. 해오던 대로 최선을 다 하겠다”며 오히려 걱정하는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착한 딸=“포기하지 않을게요. 힘들어도 꾹 참고 열심히 할게요.” 초등학생 이상화가 자신의 오빠 상준(28) 씨가 스케이트를 그만두던 날 썼던 편지내용이다. 이상화보다 먼저 스케이트를 시작한 오빠였지만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둘 중 소질이 있는 이상화만 스케이트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 후 이상화는 단 한 번도 운동이 힘들다며 투정을 부린 적이 없다. 누구보다도 헌신적으로 자신을 뒷바라지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김 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딸의 도시락을 싸고 하루 종일 티셔츠 공장에서 일을 했다. 아버지 이우근(57) 씨는 서울 휘경여고에서 기능직으로 일하며 딸을 위해 땀을 흘리는 것은 물론 경기마다 이상화의 경기내용을 분석하고 조언했다. 이날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아버지는 노트북을 통해 이상화와 상대 선수의 기록을 매번 비교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빠 상준 씨는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상화가 ‘이 메달은 오빠를 위해 딴 거야’라고 말하더라”며 “상화는 가족들의 사랑과 희생을 헤아릴 줄 아는 착한 딸이자, 동생”이라고 고마워했다.

▶사랑스러운 딸=‘빙속 여제’, ‘세계 신기록 제조기’ 등 빙판 위에선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어머니에게는 단지 사랑스러운 막내딸일 뿐이다.

“지금까지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딸, 항상 가족들을 기쁘게 해주고 친구처럼 지내는 우리집의 활력소와 같은 딸이에요. 밴쿠버에서 우승하기 전에는 ‘엄마 내가 꼭 금메달 따서 엄마, 아빠 호강시켜줄게’라고 말했고, 메달을 딴 후에는 ‘그동안 엄마, 아빠 고생 많았으니까 편히 즐기며 살자’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 내가 딸 하나는 참 잘 키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는 딸이 훈련이 없는 날이면 둘이서 데이트도 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수다를 떠는 친구 같은 딸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묵묵하게 딸의 뒤를 지켜왔다. 하지만 아버지 역시 이상화의 모든 경기를 녹화해 따로 저장해놓을 정도로 ‘딸 바보’다.

어머니는 “꽃게탕과 부대찌개 등 상화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듬뿍 준비해 놓을 것”이라며 “따뜻한 밥을 먹일 생각에 웃음만 계속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상화가 2018년 평창 올림픽까지 뛰어 3연패를 달성하고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 가장 좋지 않겠느냐”며 “우선은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거두고 빨리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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