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남북 고위급 접촉 격 높여 계속 추진해야
남북 고위급 접촉이 별 성과없이 끝났다. 새 정부 들어 첫 고위급 만남인 데다 북한 측 요청으로 이뤄졌기에 거는 기대가 컸으나 현격한 견해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북한 측은 여전히 적대적 군사행위 중단 같은 해묵은 주장만 되풀이했다. (북한에 대한) 존엄 모독, 언론 비방과 중상 등 대남 비판으로 일관하다 돌아가 버렸다.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뒷다리만 잡으려 한 북한이나, 이를 설득 못한 우리 측이나 모두 많이 부족했다. 이번 만남이 남북관계 진전의 디딤돌이 될 것을 소망했기에 국민들의 아쉬움은 더 크다.

그렇다고 이번 접촉의 의미마저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이번 만남은 북한 주석궁과 청와대의 최고통치자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는 실세 대리인들의 만남이었다. ‘통일은 대박’이라며 어느 때보다 대북 관계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난 극복을 위해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측 도움이 절실한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 사실상 직접 대화를 시작한 셈이다. 첫 단추가 잘 채워지지 않았다 해서 실망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계속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현안들을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청와대도 김정은 위원장의 직계라인인 통일전선부나 국방위원회 쪽과 직접 대화할 수 있었던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차제에 남북 최고위급 핫라인의 재개를 추진해 볼 만하다. 대남 사업의 실세라는 원동연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혹은 그 윗선과의 상시 채널 구축이 절실하다. 명칭도 다음에는 ‘접촉’에서 ‘회담’으로 격상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 측을 설득해 만남을 정례화하고 대표의 격을 높이는 문제도 논의해 볼 만한다. 당장의 성과가 기대되지 않더라도, 군사훈련 일정이나 정치권 변화 등과 무관하게 남과 북이 꾸준히 현안을 논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잦은 만남과 대화가 남북 정상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전쟁의 위험을 없애고 평화공존의 기반을 닦는 것이다.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이번 만남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한ㆍ미 군사훈련, 남북 경제교류 협력과 인도적 지원 등 모든 남북 현안들이 이 만남 안에서 논의되고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록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지만 14시간에 이른 12일의 고위급 접촉은 분명 서로에게 남긴 것이 많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자세로 후속 만남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