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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올림픽]그녀들의 전쟁, 의상에서 시작된다…피겨퀸들의 4인4색 패션코드
“피겨스케이팅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스포츠(mind-touching sport)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독일의 ‘피겨 레전드’ 카타리나 비트가 남긴 말이다.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인 동시에 ‘종합예술’이다. 시간과 기록을 다투는 경기가 아닌, 심판들의 채점에 의해 평가되는 종목이다. 누가 더 정확한 기술과 감동적인 연기로 심판에게 높은 점수를 가져오느냐를 가리는 경기다. 심판들을 향한 첫인상이 바로 ‘의상’이다. 코스튬은 채점 기준에 명확히 포함되지는 않지만 스케이팅 기술과 동작의 연결, 연기, 안무, 해석 등 5가지 세부 요소로 나눠 점수를 매기는 예술점수(PCS)에 자연스럽게 점수로 녹아든다. 선수를 살려주는 날개가 될 수도, 연기의 감동을 반감시키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김연아(24)와 아사다 마오(24ㆍ일본),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ㆍ러시아), 그레이시 골드(19ㆍ미국) 등 메달 후보들은 어떤 패션코드와 노림수로 2014 소치올림픽 무대를 준비할까. 


▶김연아 “여유”…여왕의 여유와 품격=‘의상 논란’을 불러일으킨 쇼트프로그램의 노랑색 의상은 자신감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왕의 여유’가 묻어난다.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라는 곡에 담긴 실연의 아픔과 청춘을 향한 그리움의 메시지를 의상의 소재와 장식으로 잘 나타냈다는 평이다. 박선영 서울예술종합학교 패션예술학부 교수는 “곡의 서정성을 비슷한 패턴의 비즈 장식과 쉬폰 소재로 잘 살려냈다”고 말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닉 베레오스도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색상이지만 김연아는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극찬했다. 블랙톤의 프리스케이팅 의상은 ‘우아함과 품격’이 느껴진다. 박선영 교수는 “과감하게 등을 판 베어백 디자인과 어깨와 치마의 슬릿 포인트로 관능미를 살렸다”고 평했다. 동시에 세련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보라색을 선택함으로써 우아함을 유지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표현해야 하는 곡의 특성을 컬러의 엄숙함으로 잘 나타냈다는 평이다.

▶아사다 마오 “야망”…금메달을 향한 야심=아사다 마오의 의상은 ‘곡과의 조화’는 좋지만 선수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이다. 연보라빛 쇼트 의상은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쇼팽의 야상곡’의 낭만적 느낌을 잘 표현했다. 그러나 박선영 교수는 “마치 인어공주가 조개로 가슴만 가린 것 같은 느낌을 연상시켜 어색하고 거북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반면 패션잡지 ‘보그’의 서영희 실장은 “파격적인 디자인이지만 고급스러운 디테일이 돋보인다. 얇은 스트레치 원단에 수공예적인 오트 쿠튀르 장식이 뛰어나 인상적이다”고 평했다. 아사다는 ‘올림픽 컬러’로 꼽히는 블루를 프리 의상으로 선택했다. 아사다는 직접 이 컬러를 선택해 금메달을 향한 야망을 드러냈다. 프리 곡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장중함과 비장함과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박선영 교수는 “세련되거나 우아한 느낌이라기보다 다소 촌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항상 옷이 그녀를 입은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당돌”…피겨신동의 도발=리프니츠카야는 쇼트에 푸른색 의상을, 프리에 빨강색 의상을 선택함으로써 두 종목 모두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리프니츠카야의 쇼트 곡인 ‘사랑을 포기하지 말아요’는 은은한 선율과 애절함이 특징이다. 그런 곡에 차가운 느낌을 자아내는 푸른색 의상을 선택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평이다. 박선영 교수는 “네이비톤의 시스루 소재가 애잔함을 나타내기보다 다소 답답해 보인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리프니츠카야의 프리 의상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영희 실장은 “칼라가 달린 레드 의상이 러시아의 이미지와 잘 어울려 관객들의 이목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교수 또한 “소품으로 검은 장갑을 사용함으로써 곡의 어둡고 비극적인 효과를 극대화시켰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두 의상 모두 목선을 가려 리프니츠카야의 동그란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레이시 골드 “발랄”…소녀의 풋풋함=역시 ‘올림픽 블루’를 선택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푸른 드레스를 입고 깜짝 금메달을 차지했던 당시 16세 소녀 사라 휴즈(미국)의 향수를 재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진다. 강렬한 레드와 비즈장식이 포인트인 쇼트 의상은 장중함을 자아내는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느낌은 살리지 못했지만 선수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이다. 박선영 교수는 “강렬한 빨강색이 하얀 피부톤과는 잘 어울린다”고 했고 서영희 실장 또한 “빨강색의 밝은 기운이 그의 풋풋함을 잘 살렸다”고 밝혔다. 반면 프리 의상에 대해선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렸다. 그라데이션이 들어간 푸른색과 목까지 올라오는 네크라인의 의상에 대해 서영희 실장은 “어리고 예쁜 그녀에게 좀 더 아름다운 의상을 입혀주고 싶을 정도”라고 밝혔다. 반면 박선영 교수는 “그라데이션이 들어가 그녀의 또렷한 이목구비를 순화시켜 준다”고 말했다.

7분 드라마를 완성시킬 ‘디테일의 힘’. 피겨여왕들의 4인4색 드레스 중 어떤 의상이 올림픽 금메달로 이끌 날개가 되어줄지 궁금하다.

조범자 기자ㆍ권재희 인턴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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