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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올림픽]빅토르 안의 러시아는 웃었고, 안현수의 한국은 분노했다
“안현수의 소치올림픽은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ㆍ러시아명 빅토르안)의 영화 같은 재기 스토리가 한국과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2011년 5월 안현수가 러시아 귀화를 결심했을 무렵 그의 성공을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불의의 무릎부상과 4차례의 수술,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체와 대한빙상연맹의 무관심, 선수와 코치 간 파벌싸움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 등으로 그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일부 한국 코치들은 “안현수는 퇴물”이라고 비아냥거렸고, 첫 러시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꼴찌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 속에 곧바로 자신의 기량을 되찾았다.

2014 러시아 소치올림픽은 ‘황제의 귀환’을 전세계에 알렸다. 그 절정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이다. 


뛰어난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안현수는 단숨에 새로운 조국 러시아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러시아 언론들은 “빅토르는 러시아를 하나로 묶은 애국자”라고 치켜세웠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식 페이스북에 러시아 국기를 든 안현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민들도 안현수의 성공에 진심으로 축하와 박수를 보냈다. 반면 남자 한국 쇼트트랙은 노메달에 그치며 명확한 대조를 이뤘다. 대한빙상연맹에 대한 비난의 화살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파벌에 승부조작, 뇌물, 폭행 등 빙상계의 고질적 병폐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빙상계를 넘어 체육계와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공정’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선수로서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역대 쇼트트랙 최다 메달과 2번째 올림픽 전종목 메달 석권이다. 역대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최다 메달은 중국의 왕멍으로 6개(금4ㆍ은1ㆍ동1)다. 금메달 4개를 보유한 선수 역시 전이경과 왕멍, 그리고 안현수가 세 명 뿐이다. 안현수는 현재 올림픽에서만 6개(금 4ㆍ동 2)의 메달을 목에 걸며 왕멍과 동률을 이루고 있다. 1개의 메달을 추가할 경우 왕멍을 넘어선다. 또한 남자 500m와 5000m 계주에서 메달을 딸 경우 올림픽 2회 전종목 메달이라는 불멸의 기록도 세우게 된다.

안현수는 “더 집중해서 남은 두 경기 잘 마무리하겠다”면서 한국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의 영화 같은 스토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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