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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제광장> 전세값과 세대갈등…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연초부터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 재건축 시세가 들썩이고 있다고 하니, 전형적인 강남발 파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소형에서 대형으로 이어지는 파동은 대체로 강남 재건축에서 시작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위험으로부터 탈피하고, 침체된 내수 경기를 돌려놓을 수 있다. 우리 국민의 재산 중 거의 80%를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의 가치 회복과 함께 가계 부채의 부실화 위험도 크게 줄여준다.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작금의 집값 상승은 전세값 급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주요 지역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를 넘어서고 경우에 따라서는 70%가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전세값에 조금만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는 실정이다. 높은 전세값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것이고, 가계 부채 증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전세값 상승은 세대간의 갈등 측면에서 봐야한다. 베이비 부머들은 집값이 너무 싸다고 아우성이고, X세대는 너무 비싸다고 아우성이다. X세대들은 집값이 현재의 절반 정도나 내려와야 내집 장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더해 인구구조 측면에서 집값은 당연히 하락할 터인데 지금 비싼 가격에 살 이유가 없다고 한다. X세대들은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올려놓은 집값에 대해 집단적으로 보이콧을 해버렸다. 집을 사는 대신 전세로 옮겨간 것이다. 매매가격은 하락하고 전세가격이 치솟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베이비 부머 세대와 X세대 간의 주택 가격에 대한 갈등이 엉뚱한 전세 대란을 불러왔다.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이 고통받는 악순환의 구조가 형성됐다. 집을 산 사람들은 은행이자나 유지비용 부담으로 고통받고, 전세를 사는 사람들은 전세값 올려주기에 허리가 휜다. 전세를 올려줄 여건이 안 되면 집을 비워주고 이사가야 한다. 월세도 임대료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집값이 오르면 집 가진 사람들의 형편은 조금 나아질 것이다. 적당한 가격에 처분해 부채를 상환할 수 있고, 노후 대비를 좀 덜 해도 되니 소비를 늘릴 여력도 생길 것이다. 우리 정부가 우선 집 가진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집값이 비싸다고 아우성을 쳤던 X세대들의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올라갈수록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

정부는 살살 온기가 도는 주택시장의 불씨를 살려가는 것 외에 중장기적인 과제 두 가지를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야 한다. 하나는 민간 임대시장에서 세입자의 안정적 주거권을 보장해주는 일이다. 선진국처럼 한번 임대 계약을 맺으면 장기간 거주할 수 있고, 전월세도 마음대로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단번에 도입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조기 육성해야 한다. 아무래도 개인 임대사업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부작용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는 젊은이들을 위한 장기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한다. 중산층이 쪼그라들고 있는 이때 그들의 재산 형성을 위해 가장 좋은 대안은 저렴한 임대주택을 장기간 공급해주는 일이다. 젊은 신혼부부들에게 원하기만 한다면 최소 10년 이상 공급해줌으로써 그들이 번 돈이 임대료 부담으로 허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안정적 주거권을 보장해주는 측면도 있다. 또한 단지 내에 공공 보육시설 등이 충분히 갖춰진 주택을 공급하게되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일석삼조의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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