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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에선 지금…> '은반의 여왕' 김연아의 감동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순간
팽팽한 긴장감과 묘한 흥분, 진한 감동과 아쉬움이 극적으로 교차한 순간이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올림픽 파크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강렬한 조명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빙상 위에선 ‘은반 위의 요정’들이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냈고, 관중석에선 환호와 탄성이 교차했다.

24명의 선수가 6명씩 4개조로 나뉘어 연기를 펼친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으로 끝났다. 박소연이 첫번째 선수로 나서 개막을 알렸고, ‘피겨 여왕’ 김연아가 마지막으로 출전해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4층으로 이뤄진 ‘얼음 궁전’ 곳곳에 자리잡은 한국 응원단은 태극기와 김연아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흔들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첫번째로 출전한 박소연은 긴장한 탓인지 회전 연기를 펼치다 빙판에 넘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관중들은 힘찬 박수로 격려했다. 이어 시간이 흐를수록 출전 선수들이 멋진 연기를 펼치고 점수가 높아지면서 경기장의 흥분도 고조됐다. 특히 전반 경기의 마지막 12번째 선수로 나선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완벽한 연기로 열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관중들은 음악에 맞추어 박수를 치며 그녀를 응원했고, 한차례의 실수도 없이 연기를 마친 ‘비운의 요정’ 아사다는 끝내 북받치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관중들은 환호와 꽃다발 세례로 화답했고, 아사다는 종합점수 198.22로 1위로 치고 올라갔다. 이어 출전한 선수들이 한동안 아사다의 점수를 따라잡지 못해 일본 응원단의 우승 기대를 한껏 고조시켰다.

일본 응원단-여자 피겨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시작되기 전 경기장 입구에서 일본 언론이 응원단을 취재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조인 4조 경기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19번째로 출전한 16세의 러시아 ‘차세대 요정’ 율리야 리프니츠카야가 부분적인 실수에도 불구하고 종합점수 200.57로 1위로 올라섰다. 러시아 관중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도록 ‘율리야!’ ‘러시아!’를 연호하며 미친듯한 응원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에 출전한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차례로 1위를 차지하면서 경기장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러시아 관중들은 경기장이 흔들리도록 발을 구르고 나팔을 불며 ‘러시아! 러시아!’를 연호했다.

4시간에 걸친 경기의 최종 결과는 마지막 24번째로 출전한 김연아에게 넘어갔다. 장내 아나운서가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디펜딩 챔피언, 한국의 김연아!”라고 소개하자 응원단의 함성이 ‘얼음 궁전’을 뒤흔들었다.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김연아가 완숙한 연기를 펼치자 경기장엔 숨소리마저 잦아들었다. ‘피겨 여왕’이 고난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하자 관중들은 참았던 탄성을 터트렸고,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 화려한 연기를 한 점의 실수도 없이 펼칠 때마다 관중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모든 경기가 끝나자 경기장은 ‘러시아! 러시아!’ 하는 함성과 ‘김연아! 김연아!’를 외치는 함성으로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양측 모두 우승을 확신했다. 하지만 김연아의 최종점수가 219.11점으로 발표되면서 앞서 224.50점을 얻은 러시아 아델리나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러시아 관중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김연아 응원단은 텃세 때문에 금메달을 놓쳤다며 경기장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경기 직후 꽃다발 세리머니에선 1위 러시아의 아델리나와 2위 이탈리아의 카롤리나가 자국 국기를 흔들며 빙판을 돌 때 김연아가 태극기를 전달받지 못해 당황하기도 했다.

아사다 마오-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감정에 북받쳐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김연아를 응원하러 소치까지 온 한 한국 여성 교민은 “일본엔 아사다 마오 뿐만 아니라 김연아 팬도 많다”면서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를 펼쳐 우승을 예상했는데 너무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밤 11시가 넘어 피겨 경기 일정이 모두 끝났지만, 러시아 팬들의 ‘러시아! 러시아!’ 함성은 아들레르 올림픽 파크에 오랫동안 울려퍼졌다.

소치=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러시아 응원단-경기 후반 러시아 선수가 1위로 치고 올라가자 러시아 관중들이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다.
한국 응원단-관중석 곳곳에 자리잡은 한국 응원단이 태극기와 김연아 사진을 내걸고 열띤 응원을 보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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