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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보조금 악용…중간업자 배만 불린다
고객 동의없이 번호 만들고
假 개통폰 수출업체에 넘겨
중간상 보조금 · 판매금 꿀꺽
관세 피하기 위해 택배 위장도


“ ‘해지벤’으로 아이폰 100개 만들어서 몇 천 벌었네요”, “갤럭시S4 50개 넘깁니다.”

최근 휴대폰 판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흔히 주고받는 말이다.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을 이용해 일부 대리점 또는 판매점들이 사전에 준비한 번호(해지벤)를 이용, 포장도 뜯지 않은 아이폰5S나 갤럭시S4, 노트3 등을 대거 해외로 넘기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단말기 보조금이 중간 판매상들의 배만 이중으로 불려주고 있는 셈이다.

3일 한 인터넷 카페에는 가개통한 갤럭시S4 50대를 팔겠다는 글에 수십명의 수출업자들이 몰려들었다. 고객 명의를 이용해 만든 번호로 보조금 전쟁에 발 맞춰 헐값에 확보한 최신 스마트폰을 단속이 없는 외국에 내다 팔기 위한 거래 과정이다. 이 판매자는 “이 바닥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자 관행”이라며 기업적으로 가개통폰을 만들어 수출업자에게 넘기는 일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설명했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동의없이 활용해 만들어 놓은 번호로 보조금이 잔뜩 붙은 최신 스마트폰을 대량 거래해 번 돈은 한 번에 수천만원에서 억원대를 넘곤 한다. 출고가가 90만원인 갤럭시S4를 할부원금 0원에 개통하며 통신사에서 받은 보조금이 대당 60여만원, 또 바로 수출업자들에 판 스마트폰 대금인 대당 50여만원이 모두 중간상의 수익이다. 이렇게 팔린 스마트폰은 다시 중국과 동남아,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정품보다 약간 싼 가격에 팔린다.


2월 보조금 대란에 아이폰이나 노트3 같은 최신폰을 신청하고도 일주일이 넘도록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일반 소비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도, 이들 중간 판매상의 농간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사실상 새 것과 같은 중고 스마트폰인 ‘가개통폰’ 수출에는 불법도 뒤따른다. 우선 통신사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싼 값에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으로 고객의 명의를 도용하고, 또 해외에 팔 때 발생할 수 있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보따리상이나 개인 택배로 위장하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업자들은 현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임직원용으로 사용할 것처럼 속여 관세를 빼먹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실적에 따라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수천만원씩 줘야 하는 통신사들도 이들의 불법 개통 행위에 가슴앓이만 할 뿐이다. 업체들마다 비정상 개통 고객을 단속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또 사용량을 체크해 실제 개통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긴 하지만, 하루에도 몇 만명에 달하는 신규 고객 전부를 체크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한다. 이들 판매상은 새 스마트폰을 얻기 위해 만든 유심칩을 다른 전화기에 넣어 사용하기 때문에, 통신사 전산망에는 정상 개통된 것처럼 보이기 일쑤다.

공식적으로 ‘가개통’은 없다고 말한 통신업체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개통 물량에 따른 추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 가입자를 사고팔거나, 가개통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해외로 넘어간 스마트폰은 국내에서 사실상 사용 못하게 막을 방법도 없다”고 전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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